[오늘과 내일/오명철]내 마음 속 次期대통령

  • 입력 2005년 2월 2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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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시작된 듯하다. 현직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민망한 노릇이기도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내로라하는 유력 후보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순위를 달고 나오는 게 현실임을 어쩌랴.

아무리 현실이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아있는데 차기 대통령 얘기를 꺼내는 게 옳으냐는 핀잔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막상 선거철이 되면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미리 한 번 얘기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우선 차기 대통령은 투사(鬪士)나 운동권 출신이 아닌 실용주의자이기를 고대한다. 그 방면 출신들이 대통령이 돼 한풀이를 하느라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사례를 봐온 탓이다. 임기 중에 역사를 자기 입맛에 맞게 ‘다시 쓰는’ 역대 대통령들한테 데어 ‘역사관(歷史觀)’보다는 ‘현실관(現實觀)’을 더 중요시 할 작정이다.

세금 제대로 내고, 남에게 월급을 받기도 하고 줘보기도 한 사람, 개혁과 투쟁보다는 조정과 타협에 능숙한 인사가 좋다. ‘깨끗한 무능’보다는 ‘때 묻은 유능’이 나은 것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보다는 기업인, 학자보다는 공무원 출신을 선호한다.

자수성가(自手成家)형보다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인사이기를 바란다. 군 출신 대통령들의 육군사관학교와 명문대 출신에 대한 편애(偏愛), ‘고졸 신화(神話)’를 이룬 대통령들의 학벌 콤플렉스(complex)에 의한 폐해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나친 콤플렉스와 과도한 프라이드(pride)는 종종 심각한 ‘통치 장애’를 유발한다. 두려운 것은 고학(苦學)으로 역경을 딛고 신화를 창조한 이들에게 콤플렉스와 프라이드가 혼재(混在)돼 역사 전체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다. 요즘 시중에서는 이런 심리상태를 ‘콤프라이드(compride)’라고 부른다.

가정적으로는 남녀유별을 강조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당사자 못잖게 친구와 참모들의 면면도 따져보겠다. ‘노는 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속 정당은 가리지 않을 작정이다. 어차피 급조되거나 집권 후 해체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이 아닌가.

욕심 같아서는 국제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훤칠하고 잘 생긴 대통령을 가질 때도 됐다고 본다. 케네디와 클린턴이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것은 미남에 성적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제 ‘상감’ 같은 대통령보다는 ‘연인’ 같은 지도자를 원한다. 배우자의 매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배꼽 아래에서 벌어진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 중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는 누구일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인사가 치고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4년 8개월 동안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다 두 달 새 상황이 반전돼 낙선의 쓴 잔을 마신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듯, 대통령이 되는 것도 인물과 업적 순은 아니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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