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주현]임기응변 주택정책의 한계

  • 입력 2005년 2월 18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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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국민의 생활터전인 동시에 가계 자산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즉 주택은 복지재인 동시에 경제재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정책은 자칫 다른 쪽을 훼손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부든 안정적인 주거권의 보장과 시장 효율성의 확보라는 두 가지 대립적인 명제를 조화시키는 정책 수립을 위해 고민한다.

정부가 발표한 ‘2·17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정부의 이러한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택지와 분양가를 병행 입찰하도록 해 분양가를 일정 수준(평당 1500만 원 정도)으로 낮추는 동시에 건설업체에 돌아갈 과도한 이익을 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분양가가 낮아짐으로써 당첨자의 프리미엄은 훨씬 높아지게 됐다. 판교의 로또 판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판교 부작용에 또 신도시 급조?▼

더구나 금년 중에 네 번에 나누어 분양할 2만1000가구를 11월에 인터넷을 통해 한번에 분양한다고 하니 그 모습은 가히 전자시대의 인터넷 로또나 다름없다. 인터넷 일괄 분양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네 번에 나누어 분양하면 분명히 경쟁률은 천문학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은행 창구 및 분양사무실을 이용하면 ‘떴다방’이나 분양권 전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판교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경기 양주시 옥정, 남양주시 별내, 고양시 삼송의 3개 택지지구를 신도시로 격상시켜 개발하기로 했다. 일단 이들 택지지구가 신도시급으로 격상되면 녹지율이 높아지고 용적률도 낮아져서 쾌적한 도시가 되기 때문에 판교 등 인기 신도시의 대체 지역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야말로 급조된 느낌을 주는 대책이다. 과연 이들 도시가 판교의 입지나 환경을 대체할 만한 여건을 갖췄는지, 그리고 저밀도 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과 입주할 주민의 지불 의사를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다.

한편 이번 대책은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한 재건축 단지들에 대해서도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임대아파트 의무 건설을 골자로 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정책이 4월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층고 제한 완화는 신규 임대주택 단지에 대해서만 긍정 검토하며,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하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주거지역 내 초고층 재건축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다.

이런 일련의 정책은 주택시장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수요억제정책은 동시에 공급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집값이 안정됐던 작년의 주택공급량은 44만 호로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그 이전 2, 3년간의 주택가격 폭등현상이 외환위기 이후 크게 위축된 주택공급 때문이라는 점을 되새겨 볼 때 투기적 수요의 억제정책이 공급의 위축을 가져와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또한 현재의 주택 문제는 주택 수급의 질적 불일치와 저금리로 인해 늘어나는 막대한 규모의 시중 부동자금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 수급의 질적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 못지않게 기존 시가지 내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재건축에 대한 지나친 규제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재건축 지나친 규제 신중해야▼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정부가 주택가격을 직접 통제하고 그것을 정책의 목표로 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분양가는 규제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청약 과열이나 분양 이후의 거래가액까지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가액이 아닌 호가의 단기적 지표에 따라 정부의 장기 정책이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 현상도 시장의 근본적인 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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