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전투는 미로를 헤매는 듯 난해하게 얽힌다. 그 와중에 흑이 먼저 실수를 저질렀다. 흑 67은 진다면 패착이 될 뻔한 수. 먼저 참고 1도처럼 1∼5를 선수하고 7(실전 67)을 뒀어야 했다. 이창호 9단은 흑 67과 백 68을 교환한 뒤 69로 둬 참고 1도와 같은 모양을 만들려고 했다.
이때 백은 흑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흑 71 때 백 72로는 참고 2도 백 1로 둬야 했다. 백 68이 있기 때문에 백 1이 성립하는 것. 이어 19까지 백이 두 집을 내고 살면 흑은 재기 불능이다.
그러나 백이 72로 순순히 받는 바람에 결국 참고 1도와 똑같은 진행이 됐다. 수렁에 빠지는 듯했던 흑은 중앙 백 6점을 잡아 훨훨 날아올랐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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