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임박… 大法 새 신분등록제 방안 마련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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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0일 “호주제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혼합형 1인 1적(1人1籍) 편제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이날 관련 부처와 변호사, 법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신분등록제도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2, 3차례 논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가 대법원과 법무부에 이달 말까지 새 신분등록제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 국회는 다음 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여야 간에 합의해 둔 상태여서 기존의 호적제도를 대신할 새 신분등록제도가 어떤 형태로 마련될지 주목된다.》

▽대법원의 ‘혼합형 1인1적제’=현재의 호적등본은 호주를 중심으로 호주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 구성원이 등재된다. 또 가족 구성원의 결혼, 사망 등 모든 신상정보가 한꺼번에 담겨 있다.

이에 비해 대법원의 혼합형 1인1적 제도는 개인을 기본단위로 신분등록부가 따로 만들어지지만 가족부 형태를 일부 혼합한다. 즉 개개인의 부모 자녀(직계존비속) 및 배우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기초자료가 들어가는 것. 가족은 기초적인 신분정보만 올라가며 신분 변동사항란에는 본인에 관한 내용만 기재된다.

호적과는 달리 형제자매의 정보는 기재되지 않는다. 또 기혼 여성의 경우 시부모가 아니라 본인의 부모가, 남편의 본적이 아니라 본인의 본적이 기재된다.

대법원은 또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막기 위해 가족 혼인 입양 등 일부 정보만 기재되는 ‘목적별 증명’을 발부할 수 있도록 했고, 발부 신청도 본인과 국가기관만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안에 대해 형제자매가 기록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가족 해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가족의 신분 변동사항이 일괄 공시되지 않고 가족증명서 발급도 쉽지 않아 상속 등의 문제가 있을 때 가족관계 확정이 번거로워진다.

▽가족부제=법무부는 ‘1인1적제’ 외에 ‘가(家)’ 단위로 신분등록부를 만드는 ‘가족부’ 제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가족부는 부부 중 어느 한 쪽을 ‘기준인’으로 정해 배우자와 미혼자녀로 ‘가’를 구성하며 가족의 신분 변동사항을 모두 기재한다.

호주제와 달리 여성도 기준인이 될 수 있지만 기준인에게 특별한 권한이 없다.

이 제도는 본인과 가족 간의 관계 파악이 쉽고, 편제방식이 현행의 호적과 비슷해 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분가, 폐가, 일가(一家) 창립 등 복잡한 호적업무 처리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개인정보의 보호도 쉽지 않으며 혼외자(婚外子) 차별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법무부는 가족부제와 대법원의 혼합형 1인1적제를 함께 검토한 뒤 정부 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망=국회는 호주제 폐지에 따른 새 신분등록제도에 대한 의견을 이달 말까지 제시해 달라고 대법원과 법무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가 호주제 폐지를 결정해도 호주제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호주제 폐지 후 새 신분등록제도 시행을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2007년 중에 새 신분등록제도가 효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개인별 신분등록제▼

대법원이 호주제 폐지에 대비해 10일 발표한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안’에 따른 신분등록등본 사례. 현재의 호적등본은 호주를 기준으로 호주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 구성원의 결혼, 사망 등 모든 신상정보가 담겨져 있다. 그러나 새 신분등록등본에는 본인을 기준으로 본인의 부모와 자녀(직계존비속) 및 배우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수록된다.

▼1인1적(1人1籍)제▼

국민 한 사람마다 별도의 신분등록부를 만들어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모든 신분 변동사항을 기재하는 등록제도. 대법원의 안(案)으로 신분 변동사항은 본인만 기록되며 배우자 부모 자녀에 한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일부 신분 정보가 포함된다. 거의 같은 개념의 안을 법무부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라고 부르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가족증명서 발급이 쉽지 않아 상속 등에 따른 법률관계 확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족부제▼

부부와 미혼 자녀를 기본으로 한 2세대 가족 단위의 신분등록부제. 가족의 신분 변동사항을 모두 기재하며 부부 가운데 한 명을 기준인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제와는 달리 여성도 기준인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택하고 있으나 기준인을 선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분쟁의 우려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목적별 공부(公簿)식 증명▼

신분등록부에 기재된 개인의 가족사항과 출생 및 혼인이력, 입양관계 등의 사항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없도록 한다. 다만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가족 △혼인 △입양 등의 내용을 나누어 발급 받을 수 있게 한 제도. 불필요한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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