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혼자만 잘 살믄…’ 농부작가 전우익씨 별세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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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의 소박하고 참된 삶을 담은 편지글 모음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현암사)로 큰 울림을 준 ‘농부 작가’ 전우익(全遇翊·사진) 씨가 19일 경북 봉화군 상운면 구천리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봉화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경성제대(서울대 전신)를 중퇴했다. 1947년 이후 청년운동을 하다 사회안전법 위반으로 6년가량 수형생활을 했다. 고인은 이어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감시를 받는 바람에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농사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아호로는 무명씨를 뜻하는 ‘언눔’,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일꾼이란 뜻의 ‘피정(皮丁)’을 썼다.

고인은 시인 신경림 씨의 주선으로 1993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펴냈다. 이 책은 2002년 9월 MBC ‘느낌표!’를 통해 소개된 후 베스트셀러가 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1995년에는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현암사), 2002년에는 ‘사람이 뭔데’(현암사)를 펴냈다. 고인은 자연의 이치와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소박한 생활철학, 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맑은 삶의 지혜를 전해주어 ‘재야 사상가’라는 얘기도 들었다. 현학을 거부하는 그의 소탈한 문체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유족으로는 큰아들 용구(用九) 씨 등 3남 3녀가 있다. 빈소는 봉화혜성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8시. 054-673-6762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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