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골프장 분쟁 자초한 서울시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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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서울시민의 재산이 공공시설이 아니라니 말이 됩니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환경대중골프장(난지골프장)의 운영권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이 전해진 9일 서울시의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법원이 법리를 오해한 것 같다”며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따지는 간부도 있었다. 시유지를 무상으로 내줘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수익사업만 돕게 됐다는 한탄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서울시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愚)를 범했다는 것.

시는 2001년 7월 공단과 ‘난지도 노을공원 조성·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면서 8조에 “생태골프장 이용료는 저렴하게 하여야 하며…”라고 모호하게 규정해 다툼의 소지를 남겨 놓았다.

게다가 마포구청은 2002년 11월 공단이 ‘체육시설업’으로 사업승인을 신청하자 이의 없이 허가를 내줬다.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공공체육시설’과 영리를 위한 ‘체육시설업’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시는 마포구측에 허가 여부를 일임한 상태였고, 구는 ‘체육시설업’이 ‘공공체육시설’과 구분되는 영리 시설임을 감안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이를 깨달은 시는 올해 3월 조례를 개정해 골프장 이용료를 1만5000원으로 못 박고 나섰다. 시는 또 공단측이 골프장 개장을 위해 6월 체육시설업 등록신청을 내자 “난지골프장은 공공시설”이라며 승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결국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사업 초기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을 법정에까지 와서 쓴잔을 마시게 된 것이다.

난지골프장 개장은 앞으로도 대법원 판결 때까지 1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달에 2억3000만원이나 드는 골프장 관리비만 계속 들어가게 생겼다. 또한 ‘1만원대의 그린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던 일반 시민들의 소박한 기대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종대 사회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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