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5년 제임스 딘 교통사고 사망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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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전 오늘 제임스 딘이 죽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466번과 41번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섈레임에서 은빛 포르셰를 시속 75마일로 몰다 마주오던 차와 충돌했다.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그는 1931년 2월 8일 인디애나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죽었고 아버지는 곧 재혼해 할머니와 고모 손에서 키워졌다. 그가 평생 진심을 바칠 만한 사람을 얻지 못하고 연기(演技)와 스피드에 몰두한 것은 태생적 고독과 결핍 때문이었다.

내면을 보이는 데 익숙하지 않던 그에게 연기는 세상과 타인들에게 닿을 수 있는 일종의 의사소통 방식이었다. 스피드는 어원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세속을 초월하고 싶은 욕망을 담고 있다’고 한다. 딘은 속도를 통해 자신을 붙들고 있는 대지의 굴레를 깨고 하늘로 비상하고 싶어 했던 절대 욕망에 사로잡혔다.

고교와 대학에서 극단 활동을 했던 그는 뉴욕으로 건너 가 광고와 텔레비전 단역에 출연했다. 브로드웨이 연극 ‘재규어를 보라’와 ‘배덕자’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54년 워너 브러더스사 단역 캐스팅 과정에서 명감독 엘리아 카잔의 눈에 띄어 ‘에덴의 동쪽’에서 동생 역 ‘칼’로 발탁된 것을 시작으로 1년 동안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를 찍었다.

만 1년 동안 찍은 단 세 편의 영화에서 그는 영웅이 되었다. ‘이유 없는…’은 죽고 나서 나흘 뒤, ‘자이언트’는 이듬해에 개봉됐다.

그가 죽어 영웅이 된 것은 영화를 통해 자기 내면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통스럽고 약하고 감정적으로 불구였던 영혼이었다. 기성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진정한 가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이었다. 반항하면서 기대고 싶어 하고 맘껏 뽐내다가도 한순간 구석으로 숨어 버리는 영화 속 딘은 우리 인생의 이중적 모습과 잘 어울린다.

집중력과 상상력이 뛰어났던 그는 생에 열중했고 죽음을 상상했다. 무모함을 즐겼고 45구경 권총을 숨겨 두고 있었으며,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말도 곧잘 했다. ‘쾌속으로 살고, 젊은 나이에 죽어라. 그리고 보기 좋은 시체를 남겨라’는 연극 대사도 즐겼다. 매년 그의 기일에는 캘리포니아주 벽촌 섈레임에 왕년의 팬들뿐 아니라 생전의 그를 보지도 못했던 젊은이들도 줄을 잇는다고 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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