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48기 국수전, 흑 강수 연발

  • 입력 2004년 9월 1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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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27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였다. 참고 1도처럼 두는 게 보통이지만 조훈현 9단은 보다 강하게 백을 압박했다. 프로의 바둑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수이고 아마추어가 두었다면 야단을 맞을 수도 있다.

흑 27은 조 9단의 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하수를 다루는 듯한 수를 놓으면 상대가 평정심을 잃기 쉽다. ‘나를 깔봐서 이런 수를 두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앞서 실족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건 7단도 10대 때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기사다. 11분여의 장고를 하면서 백 30이라는 멋진 수를 찾아냈다.

조 9단도 상대의 침착한 대응에 고심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꼬리를 내릴 수는 없는 일. 흑 31이라는 강수로 맞대응한다.

두 기사는 39까지 척척 두어나간다. 밑그림이 그려진 뒤 골격이 잡히면 이후의 수읽기는 프로기사들에겐 한눈에 들어온다.

수순 중 백 34로 참고 2도 백 1로 끊는 것은 무리. 백 5까지 상변 백이 살 순 있으나 흑 8로 중앙을 젖히면 흑 세력이 좌변 흑 모양과 어울려 웅장해진다.

흑 39까지 흑 실리 백 세력으로 갈렸다.

백 40으로 파고드는 수가 검토실의 비판을 받았다. 흑의 근거를 빼앗으며 공격하겠다는 뜻이지만 지금은 상변에 백 세력이 있기 때문에 참고 3도 백 1로 젖히는 수가 유력했다. 만약 2로 젖히면 당장 3으로 끊어 흑의 수습이 쉽지 않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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