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최태욱, 올림픽 말리戰 교체때 왜 유니폼 벗어던졌나?

  • 입력 2004년 9월 3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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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 말리와의 경기 중 교체되면서 유니폼을 벗어 던져 물의를 빚었던 최태욱. 그는 3일 “태어날 아이에게 골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교체돼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결코 코칭스태프에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인천=양종구기자
2004 아테네 올림픽 말리와의 경기 중 교체되면서 유니폼을 벗어 던져 물의를 빚었던 최태욱. 그는 3일 “태어날 아이에게 골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교체돼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결코 코칭스태프에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인천=양종구기자
“당시엔 너무 화가 났어요. 더 뛸 수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아내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골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지난달 17일 2004 아테네 올림픽 축구 한국-말리전 전반 35분에 교체된 뒤 ‘유니폼을 벗어던지는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던 최태욱(23·인천 유나이티드). 이후 월드컵대표팀에서도 제외된 그가 3일 드디어 입을 열었다.

“먼저 이상철 코치님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힘들었을 겁니다. 코치님이나 김호곤 감독님께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하지만 제 마음을 숨기고 싶진 않습니다.”

최태욱은 그날 있었던 ‘사건’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14일 멕시코전이 열리기 직전 아내에게 전화가 왔어요. 내년 4월에 아빠가 된다고 하더군요. 너무 기뻤죠. 지난 1년간 올림픽을 위해 고생한 것도 있었지만 아이 선물로 꼭 골을 넣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뛰었는데…. 하지만 마음같이 안 되더군요. 그러다 교체됐습니다. 그래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본의 아니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유니폼을 벗어 던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여기저기서 비난도 많이 받았다. 21일 파라과이와의 8강전에서 패한 것도 꼭 자기 책임 같았다.

“경기를 하다 보면 자신의 플레이가 맘에 안 들 때, 혹은 더 뛸 수 있는데도 교체될 때 화가 많이 납니다. 사람이라면 그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아닌가요? 아직 한국에선 정서상 받아들여지지 않지만요. 외국에는 감독과 싸우는 경우까지 있잖아요. 그렇다고 코칭스태프에게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순둥이’로 소문난 최태욱답지 않은 말이다.

고교시절 이천수(누만시아) 박용호(서울 FC)와 함께 부평고를 최강으로 이끌었던 최태욱. 고교 졸업 후 프로에 뛰어들어 2002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이룩하는 등 잘나갔지만 요즘엔 스페인에 진출한 이천수에게 밀려 있다. 2일 소집된 월드컵축구대표팀에는 아예 뽑히지도 못했다.

“기회는 또 오겠죠.” 그래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인천=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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