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SK 김경태,“벼랑끝 야구인생 나를 던졌다”

  • 입력 2004년 9월 3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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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최근 제작돼 화제를 모은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 예고편이라면 SK 김경태(29)의 2004년은 완결편이다.

전 삼미 투수 감사용은 프로 5년간 1승15패1세이브 평균자책 6.09에 그쳤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끝까지 간직했다.

지난해까지의 김경태도 마찬가지. 1997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2차 7순위로 LG에 지명된 그는 5년간 1승3패에 평균자책 7.83이 고작이었다. 2001년에는 LG에서 방출됐고 두산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지만 이번엔 시즌 중인 지난해 8월 중도 퇴출됐다.

두 번씩이나 버림 받았던 선수. 이미 선수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조차 민망한 상태. 여기서 끝났다면 제2의 감사용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경태는 포기하지 않았다. 겨우내 한강둔치에서 얼어붙은 손을 녹여 가며 공을 던졌던 그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채 5월 SK의 신인선수 테스트에 응시했고 연봉 1800만원의 ‘신고 선수’ 신분으로 세 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속편이라 할 만한 인간승리 드라마가 이뤄진 것은 7월부터. 같은 왼손투수인 김영수가 부진에 빠지자 1군에 올라오는 행운을 잡은 김경태는 효과적인 중간계투로 조범현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뒤 지난달 14일 한화전에선 무려 19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이어 2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에서 구원 등판, 3과 3분의 2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해 ‘닥터K’ 박명환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4연승을 줄달음쳤다.

나락의 끝을 경험했던 김경태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고 그 누구도 무섭지 않다. 오로지 나를 믿고 던질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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