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승민 쾌거’ 금메달 이상의 의미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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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선수의 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우승은 메달 이상의 값진 선물을 국민에게 안겨주었다. 가능성과 희망이 그것이다. 정치는 뒤틀리고 경제는 어려워 고단한 일상(日常)의 연속이지만 누구나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면 뜻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역(驛)과 터미널에서, 그리고 안방에서 결승전을 지켜본 많은 국민은 그의 파워 드라이브가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불확실성과 열패감까지도 한 방에 날려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의 우승에는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녹아 있다. 숙적 중국을 꺾기 위해 후배에게 대표선수 자리를 양보한 선배의 자기희생, 상대 선수의 이면타법에 대비한 철저한 맞춤훈련, 탁월한 전술과 경기운영 등은 다른 분야도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할 것들이다. 스포츠가 언제나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유승민은 펜홀더 드라이브 선수다. 라켓을 연필 잡듯 쥐고 강한 포핸드 드라이브로 상대를 공략한다. 유남규, 김택수의 맥을 잇는 이 전형(戰型)은 한때 “더 이상 국제무대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유승민은 파워 드라이브와 백핸드 푸시로 이를 보완해 중국의 벽을 넘었다. 힘과 속도로 세기(細技)와 변칙의 이면타법을 부순 것이다.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승부처를 파악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모든 자원을 쏟아붓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다. 등록선수 2000명에 실업팀이라곤 4, 5개에 불과한 한국 탁구가 선수만 2000만명인 중국을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희망과 감동에 굶주린 국민에게 청량제가 된 유승민의 쾌거가 우리의 경쟁력과 국가전략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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