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동규/광복의 꿈… 통일의 꿈

  • 입력 2004년 8월 13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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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규
59년 전 광복의 햇살은 이 땅의 어느 한 곳 남김없이 구석구석을 두루 비춰 주었다. 동해 저편의 일본인들에겐 절망과 폐허의 캄캄한 검은 구름일 뿐이었겠지만 우리 민족에겐 그날 그 따스한 햇살이 아직도 생생한 감격과 새로운 희망으로 남아 있다.

올해 광복절을 남다른 소회로 맞는다. 70여년 전 독립운동에 헌신하다 스탈린 독재의 칼날에 쓰러져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의 차디찬 광야에 묻힌 백부 윤자영(尹滋瑛) 선생에게 건국훈장이 서훈되면서 선생이 뒤늦게나마 ‘광복의 햇살’ 아래 들어오셨기 때문이다.

못난 후손의 늑장을 선생께서 아신다면 뭐라 말씀하실지 죄스러울 뿐이다. 그와 동시에 직계 자식을 남기지 않은 선생의 유덕을 어떻게 기릴지 그동안 노심초사해 온 일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나라 잃은 유민의 한과 광복의 염원을 가슴에 부둥켜안고 시베리아를 달리던 선생의 기백과 뜻이 오늘날 어떻게 되새겨질 것인지….

이제 정부도 그 유덕을 기리기로 한 이상 남은 문제는 광복의 새 세상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손들이 선생과 같은 선열들의 피눈물을 어떻게 새 역사의 토대로 삼느냐는 것이다. 그저 훈장 하나 달랑 고인의 가슴에 달아 드린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선생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국 광복의 ‘비전’을 한시도 잃지 않았고, 그 비전의 실현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쳐 ‘헌신’했으며, 마침내 죽어서나마 그 뜻을 ‘실현’했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게 선조들이 온몸을 바쳐 되찾은 이 나라를 나라답게 유지하고 지켜내야 한다는 데에 후손들로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나아가 광복의 햇살로 분단의 장벽까지 걷어내 마침내 희망의 역사를 이어 나가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무상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윤동규 전직 교수·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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