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림팩 훈련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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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팩(RIMPAC·Rim of the Pacific Exercise)은 환(環)태평양 국가들이 격년제로 실시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연합 해군훈련이다.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참가국들은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황색국’과 ‘녹색국’으로 나뉘어 대잠전(對潛戰), 대공전, 전자전, 자유기동 공방전, 해상 사격 및 미사일 발사 등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펼친다. 명목은 상호작전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지만 참가국간에 기량을 겨루는 성격도 갖는 이 훈련에 한국 해군은 1990년부터 참가해오고 있다.

▷한국 해군은 훈련에 참가할 때마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8년 훈련 때 참가한 209급 ‘꼬마 잠수함’ 이종무함이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해 도합 13척을 격침시키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 대표적인 예다. 훈련 후 미 태평양함대 잠수함사령관이 “귀함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잠수함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전과를 올렸다”고 격찬하는 서신을 보내왔을 정도다. 한국 해군은 2000년, 2002년 훈련 때에도 신기(神技)에 가까운 유도탄 발사 및 함포 사격술로 참가국들을 놀라게 했다.

▷올해 훈련에서는 4200t급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함이 중거리 유도탄으로 날아오는 표적물을 정확하게 요격하는 개가를 올렸다. 재작년에 도입한 SM-2 유도탄을 처음 발사하는 훈련에서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이런 유의 훈련은 민간 선박에 대한 안전문제와 훈련장 설치의 어려움 때문에 연해에서는 실시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림팩 훈련은 우리 해군의 실전 능력을 높이고 ‘연안(沿岸) 해군’에서 ‘대양(大洋) 해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고의 교육장인 셈이다.

▷이번 소식이 지난달 서해 북방한계선(NLL) 파문으로 침울해 있을 해군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전기가 됐으면 좋겠다. 나아가 국민이 해군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계기가 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주변국의 첨단 함정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장비를 갖고도 매번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우리 해군이다. 잘못한 일도 야단쳐야 하겠지만, 잘하는 일도 아낌없이 칭찬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강군(强軍)을 만든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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