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7대 국회, 국민을 두려워하라

  • 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23분


제17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새 국회는 부패와 정쟁(政爭)으로 얼룩진 지난 국회의 전철을 밟지 말고 깨끗하면서 생산적인 정치의 장(場)이 돼야 한다. 그것이 여야가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 달라는 4·15총선 민의에 부응하는 길이다. 그러나 국무총리 지명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등 벌써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다. 슬기로운 해결책이 나와 새 국회가 싸움으로 출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16대 국회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비리 혐의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 국회’가 잇따랐고, 이런 중에도 불법선거자금으로 사법 처리된 의원이 줄을 이었다. 근거 없는 폭로도 많았다. 끊임없는 정쟁에서 ‘민생 국회’란 존재할 수 없다.

17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정치 개혁, 일자리 창출, 규제 개혁, 이라크 파병 문제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 당리당략이 아닌 국익과 공익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새 국회는 16년 만에 여대야소의 의석구도로 바뀌었다. 여권은 국정운영에 한층 탄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수(數)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원내 과반 의석의 힘으로 국민과 야당의 동의가 부족한 사안까지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당연하지만 건설적 비판이 아닌 ‘발목잡기’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 국회는 특히 초선이 63%인 187명이나 돼 변화의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당선 후 일부가 보인 ‘튀는 행동’에 우려를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은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알고 늘 겸손해야 한다. 299명의 의원이 4년 내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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