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생각하며 즐기는 축구… 월드스타 꿈이 익는다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31분


코멘트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이 용인FC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용인FC는 198명의 선수들이 18명의 코칭스태프와 함께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 속에 ‘즐기는 축구’를 하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사진. 용인=박영대기자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이 용인FC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용인FC는 198명의 선수들이 18명의 코칭스태프와 함께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 속에 ‘즐기는 축구’를 하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사진. 용인=박영대기자

《한국의 ‘클레르 퐁텐(프랑스 국립 유소년 축구아카데미)’ 용인 FC가 한국축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즐기는 축구’ ‘생각하는 축구’로 3월 춘계연맹전 우승(원삼중), 4월 백운기 우승(백암종고) 등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용인 FC는 2001년부터 선수 모집을 시작해 2003년 4월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용인 FC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이제야 축구가 뭔지 알 것 같아요.”

한국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용인 FC(Football Club)의 백승민과 정인환(이상 백암종고 3년)은 요즘 축구 할 맛이 난다.

‘즐기는 축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3∼4명의 코치들로부터 배우는 훈련도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가 않다. 왜 훈련을 해야 하는지, 트래핑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 드리블과 패스의 효율성, 웨이트트레이닝의 필요성 등 모든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는다.

“과거엔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공만 찼어요. 하지만 여기에선 생각하지 않으면 축구를 할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백승민은 밤마다 ‘황새’ 황선홍을 그리며 잠을 잤다. 2001년 말 용인 FC에 몸담은 지 3년. 이젠 꿈이 ‘황선홍 같은 골잡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m73, 65kg의 날렵한 몸매. 100m를 11초대에 뛰는 준족. 여기에 용인 FC의 ‘생각하는 축구’가 접목이 돼 전국적인 골잡이로 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위치선정, 과감한 돌파에 이은 위력적인 슈팅. 여기저기서 ‘제2의 황선홍’이 그라운드에 나타났다고 찬사를 보낸다.

허정무 용인 FC 총 감독은 “백승민은 멀티플레이어다. 스트라이커는 물론 양 날개,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다. 그만큼 축구에 대한 센스가 탁월해 앞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를 것”이라고 칭찬했다.

정인환은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를 해결한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1m86, 81kg의 탄탄한 체격.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큰 키임에도 스피드가 좋다. 탄력이 좋아 제공권에선 역대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인 ‘템포 축구’를 익혀 공격전환시 수비라인에서 미드필드나 최전방으로 절묘하게 찔러주는 패스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잘만 키우면 한국대표팀의 ‘홍명보 공백’을 훌륭히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 용인 FC에 와서 발전한 것입니다. 훈련뿐만 아니라 대회 때 모든 경기를 비디오로 촬영해 다시 영상분석을 하며 잘못된 점을 지적해 줍니다. 또 각국 대표팀과 클럽팀 비디오도 많이 보고 있어 현대 축구도 조금 알 것 같아요.”

백승민과 정인환은 새벽에 일어나 가볍게 훈련한 뒤 오전수업을 받고 오후에 2∼3시간 정도 훈련을 받는다. 이 시간이 용인 FC에서 받는 유일한 정규 훈련. 저녁엔 자유 훈련시간.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바로 잡는다. 훈련은 자유, 하지만 코치들이 모두 나와 도와준다.

정인환과 백승민은 지난달 3일 끝난 제6회 백운기전국우수고교축구대회에서 백암종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의 빅리그에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들어오고 있다.

용인 FC 산하 백암종고, 신갈고, 원삼중, 백암중은 지난해부터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며 한국 중고교 축구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용인=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용인 FC는…▼

용인 FC는 기존 학원축구의 병폐인 성적지상주의를 과감히 버렸다.

연령별 기준에 따라 중등부 하루 2시간씩, 고등부는 하루 2∼3시간씩 훈련이 전부다. 즐기는 축구를 통해 자율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매일 ‘실전 영어’를 가르치고 한달에 1∼2회 저명인사를 초빙해 ‘인생 강의’도 듣는다. ‘축구기계’를 만들지 않기 위한 조치다.

198명의 선수들을 18명의 코칭스태프(코치 13명, 물리치료사 3명)가 가르친다. 용인 FC를 만들며 원삼중과 백암중, 백암종고, 신갈고에 축구팀을 만들었다. 학교엔 적만 두고 훈련은 모두 용인 FC에서 한다. 선수는 공개테스트로 선발한다. 교육비는 숙식비 운동복 등을 포함해 한달 100만원. 전지훈련비 대회출전비 등 다른 경비는 용인 FC가 부담한다. 올 연말 용인대에도 축구팀을 만들기로 했고 장기적으로 시민 프로구단까지 창단해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키울 계획.

용인시가 주축이 돼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독성리 산 133번지 4만5000여평에 세워진 용인 FC는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보다 잘 지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연잔디 2면, 인조잔디 3면, 실내미니축구장 1면(이상 6월말 완공예정). 200명 수용 가능한 4층짜리 기숙사동, 체력단련실, 물리치료실, 대회의실 등을 갖췄다.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 유소년 클럽 팀들이 보고 간 뒤 ‘자매결연’을 맺어 교환 경기를 갖자고 제의할 정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