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비리 度 넘었다

  • 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37분


최근 들어 경찰관들의 비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경찰관이 신문 부고를 보고 상(喪)을 당한 빈 집만을 골라 절도 행각을 벌여 충격을 준 데 이어, 경찰관 4명이 10대 가출소녀 4명과 함께 모텔에서 집단으로 성관계를 가졌다는 소식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윤락업소로부터 상납을 받거나 윤락녀들로부터 성 상납을 받아 감찰을 받고 있는 경찰관을 빗대 “경찰 인사권은 포주가 쥐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말단 경찰관만 이런 것이 아니다. 지난달 경찰청 과장이 주식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의 한 신용협동조합을 다른 사람 명의를 도용해 인수한 뒤 17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고, 지방 경찰서 지구대장은 여대생을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직위해제됐다. 간부들의 기강해이도 말이 아닌 셈이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경찰 범죄는 종전과 같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뇌물을 받는 것을 넘어 경찰이기를 포기한 상식 이하의 범죄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체제유지를 위한 사찰과 정보수집 및 시위 진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경찰이 민생 치안에 주력하기는커녕 이처럼 비리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경찰의 기강과 직업윤리가 이처럼 추락한 상황에서는 대한민국 9만 직업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해묵은 증원 및 처우개선 요구는 긍정적으로 논의되기 어렵다. 경찰은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가시적 조치로 조직의 문제점을 먼저 도려낸 뒤 국민 앞에 자신들의 숙원을 말해야 한다.

행여 잇단 비리를 경찰 수뇌부가 조직을 해치는 미꾸라지 한 마리의 일회성 경거망동으로 치부한다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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