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시험대 오른 삼성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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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

90년대 말 당시 해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응룡 감독이 CF에서 한 말로 ‘김응룡 어록’ 1호에 올라 있는 야구계 유행어다. 코끼리 덩치에 근엄하기 짝이 없는 김 감독이 멋쩍은 표정으로 이 말을 꺼냈을 때의 우스꽝스러움이란….

김 감독은 올해 광고 섭외는 없었지만 “승엽이도 가고, 해영이도 가고”란 제2탄을 만들었다. 삼성은 지난 겨울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하고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마해영을 기아에 넘겨 한꺼번에 차포를 뗀 격. 그래서일까. 야구인들은 삼성이 올해를 팀 체질 쇄신의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은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김 감독이 취임한 지 2년째인 2002년에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 축배를 들었지만 그동안 대구 경북 지역의 우수한 자원을 바탕으로 매년 우승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전통 명문.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제 역할을 다하는 2명의 거포가 빠져나가자 중하위권 팀의 집중표적이 됐다. LG 롯데 한화 두산은 4강 진입을 위해 너도나도 삼성 타도를 합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은 지난 주말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 트로이 오리어리의 조기 퇴출이란 직격탄을 맞았다. 오리어리는 삼성이 이승엽을 대신할 거포로 점찍었던 기대주. 더욱이 그는 퇴출 과정에서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한국 음식에 대한 부적응, 운동장 시설과 관중에 대한 불만, 주위의 지나친 기대에 대한 중압감 등 여러 설이 난무했지만 일부에선 오리어리가 빡빡한 훈련일정을 견뎌내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로 코칭스태프의 책임론이다.

그러나 선동렬 수석코치는 이에 발끈했다. 오리어리에게 전지훈련 때부터 충분한 배려를 했는데도 그 정도를 이겨낼 수 없다면 차라리 조기 퇴출이 낫다는 얘기.

그러고 보니 올해 삼성은 ‘김응룡-선동렬’ 투톱이란 이원구조도 극복해야 한다. 선 코치는 지난 겨울 감독으로 데뷔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수석코치 계약을 했다. 그러나 차기 감독을 예약했다는 소문이고 보면 자칫 팀워크가 붕괴될 수도 있다.

안팎의 적에 시달리는 ‘위기의 삼성호’가 올해 어떤 성적을 남길까. 올 시즌을 지켜보는 또 다른 관심꺼리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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