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대만 총통선거와 ‘美-中의 게임’

  • 입력 2004년 3월 18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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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만 총통선거는 중국 미사일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정책에 관한 국민투표와 함께 치러진다. 그 배경에는 8년 전 총통선거 때 중국이 리덩후이(李登輝)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벌인 미사일 위협이 있다.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정권이 총통선거와 국민투표를 연계시킨 것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유럽을 순방하며 국제적인 반대 캠페인을 거듭했다. 종반에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이 세계를 일주하며 ‘마지막 부탁’이란 소리를 하고 다닌 것 같다.

미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작년 말 원자바오 총리 방미 때 “대만 지도자의 최근 언동은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가능성을 나타낸 것으로 미국은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천 정권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대만 총통선거의 숨은 주역은 중국과 미국처럼 보인다.

미국은 천 정권이 무기를 달라고 하면서도 구입계약은 변변치 않은 데 불만스러워 한다. ‘미국이 정말 대만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시험해 보려는 것인가’(미 정부 고관의 말) 하는 의문을 미국은 갖고 있다.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치다 가쓰히사(內田勝久) 중일교류협회 타이베이사무소장은 국민투표 결정이 중국과 대만관계를 불필요하게 긴장시키고 있다는 뜻을 대만 당국에 전했다.

일본과 미국 모두 대만해협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나는 것만은 막고 싶다. 때문에 대만의 법적 독립은 중국이 군사력 행사를 공언하는 한 인정할 수 없다. 다만 대만이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에 내몰리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깔보면 대만은 핵 개발로 향할지 모른다. 대만 위기는 미일동맹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놓을 것이다.

그런 위험성을 확실히 알려준 것이 8년 전 미사일 위기였다. 중국 대만 미국은 당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중국은 양안(兩岸)의 경제통합과 정치 불통합의 틈을 메우려면 대만 민심을 붙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대만은 인내심을 갖고 대륙의 민주화를 기다리면서 대만의 정체성을 더 잘 보장해 줄 수 있는 정치적 해결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현상유지가 목표다.

미국은 두 번 다시 그러한 위기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대만의 국민투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이구동성으로 ‘NO’를 외치는 것에 양국 내부에는 반발과 비난의 소리도 많다.

다니노 사쿠타로(谷野作太郞) 전 중국 주재 일본대사는 “천 정권의 일을 걱정한다면 그렇게 너무 겉으로 드러낼 것이 아니라 친구로서 조용하게 충고해도 됐다. 그렇게 하면 대만의 내정에 휘말리고 만다”고 비판한다.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만난 미 정부 고위관리는 말했다. “천 총통이 이상한 일을 하면 지난번 부시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경고를 다시 보낸다. 천에게는 결정적 타격이 된다. 이것을 천은 알고 있다. 중국이 이상한 일을 하면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행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낸다. 그것은 천의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은 양쪽을 제대로 억제하고 있다.”

중국은 내심 웃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억제당하는 것처럼 하면서 대만이 미국에 의해 억제당하도록 만들어 결국 대만 독립의 ‘미중 공동 억제’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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