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S ‘安風 진실’ 말해야 한다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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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4월 총선 때 안기부 예산 940억원을 총선 비용으로 유용했다는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의 돈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강삼재 현 한나라당 의원에게 청와대 집무실에서 직접 건넸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 의원측 변호인의 이 같은 주장이 맞다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강 의원과 당시 안기부 운영차장이었던 김기섭씨는 ‘안풍’ 공모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국고손실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해 지금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돈의 실체다. 검찰은 거듭 안기부 예산이라고 말하지만 만약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92년 대선 때 쓰고 남은 김 전 대통령의 대선 잔금이거나 그가 개인적으로 받은 당선축하금과 비자금일 경우 안풍 사건의 성격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안기부 예산이라면 강 의원은 물론 한나라당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당사를 팔아서라도 그 돈을 물어내야 한다. 김 전 대통령 또한 국고 손실의 공범이 된다. 반면 대선 잔금이나 비자금이라면 강 의원과 한나라당은 책임을 면하고 대신 김 전 대통령이 조세포탈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이 문제의 돈을 직접 건넸다는 점에서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기부 예산과 대선 잔금, 비자금 등이 섞여 있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이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국가 원로로서 역사에 진실을 남긴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스스로도 “재임 중 부정한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말해 오지 않았는가. 전직 대통령의 고백성사가 작금의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결정적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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