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팬없인 프로농구 없다”…'12·20 몰수게임' 쇼크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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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KBL 총재
김영기 KBL 총재
SBS의 사상 첫 몰수패와 관련해 21일 집행부 총사퇴라는 폭탄선언으로 프로농구를 뒤흔든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짤막한 폭탄선언을 한 이튿날 난장판이 된 KBL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 총재 집무실. 그동안 언론사 취재요청을 모두 거부했던 김 총재는 2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동안 줄담배를 피웠다. 처음에 고뇌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점차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보였고 인터뷰가 끝날 즈음엔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해 후련하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사진 촬영은 끝내 거부했다.

“집행부 총사퇴가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몰수게임 사태는 팬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할 경우 프로농구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폭탄선언은 결코 돌출행동이 아니었다”며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알리기 위해서 내가 책임지고 사퇴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의사를 번복할 생각은 없는가.

“없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총재를 모셔달라고 이사회에 요구하겠다. 행정공백이 없도록 후임 총재가 결정될 때까지는 업무를 계속하겠다.”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힌 박효원 사무국장과 이인표 경기위원장에 대해서는….

“원래는 나 혼자 사퇴하려고 했다. 두 분이 함께 사퇴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언론을 통해 알았다. 그래서 두 분을 질책했다. 행정공백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두 분은 후임 총재 선임 때까지 업무를 보고 최종 거취는 후임 총재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다.”

―SBS 벌금 1억원은 지나친 중징계가 아닌가.

“나도 깜짝 놀랐다.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전임 총재인 윤세영 SBS 회장의 입장도 있고…. 하지만 징계 내용은 재정위원회에서 결정했다. 물러나는 마당에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결정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한국농구 기술 수준은 많이 발전했다. 이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심판과 경기운영의 질을 높여야 한다.”

김 총재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KBL 쇄신을 위해 은퇴를 고려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내년 4월 미국유학에서 돌아와 SBS 코치가 되는 아들(김상식)을 위해서라도 물러날 생각이 있었다는 것. 자신이 총재로 계속 남아 있을 경우 SBS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여긴 때문이다(SBS는 이상범 코치가 이번 사태로 3시즌 자격정지처분을 받자 즉시 김상식 코치를 귀국시켜 코치를 맡긴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KBL 출범 후 나름대로 공헌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과오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떠날 때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이 새로 KBL을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고 말해 거듭 떠날 결심을 밝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SBS 정덕화감독 인터뷰▼

SBS 정덕화 감독(40·사진)은 지쳐 보였다. 몰수게임과 한국농구연맹(KBL) 임원진 총사퇴라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마음고생이 심한 듯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이상범 코치가 3시즌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데 대한 죄책감이 커 보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죄인 아닌 죄인이 된 것 같다”는 정 감독은 “심판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이렇게 표출된 게 아쉽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뜻.

“심판 설명회를 요청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봤습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경기 포기가 이 코치의 독자 결정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이 코치야 무슨 죄가 있겠느냐”며 모종의 암시가 있었음을 밝혔다.

SBS는 정 감독이 ‘우리를 깔본다’고 했을 만큼 늘 판정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다. 프런트조차 “매번 당할 수 있느냐”는 피해의식이 강했다는 것.

“그럴 때마다 심판과 싸우더라도 내가 싸울 테니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수도 없이 주문했어요.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라 편파 판정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죠.”

사태가 커져 당황스럽다는 정 감독은 “앞으로 잘못된 부분을 뜯어고치고 신뢰감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도 더욱 뭉치고 강한 모습을 보여 공연한 심판 핑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고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홍기환부심 3시즌 자격정지등 중징계▼

한국농구연맹(KBL)이 몰수게임 파문과 관련해 해당 심판들에게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렸다.

KBL은 23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20일 안양 SBS-KCC전에 배정된 홍기환 부심에게 경기 중단의 책임을 물어 3시즌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

또 경기를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한 박웅렬 주심과 판정 미숙이 지적된 허영 부심에게는 각각 2시즌과 1시즌 자격 정지를 내렸다. 이보선 경기 감독관에게는 견책과 제재금 50만원을 부과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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