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모 ‘희망돼지’ 부활 명분 없다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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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희망돼지’의 부활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난 대선 때처럼 일반인들에게 돼지저금통을 나눠주고 후원금을 걷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돕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노사모는 ‘희망돼지’의 부활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원하는 정치인을 돕자는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희망돼지’ 운동은 이미 공소가 제기된 대부분의 지방법원에서 사전 선거운동, 불법 기부행위 등으로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서울지법 한 곳에서 무죄 판결이 나기는 했지만 그것은 서울지검이 선거법상 불법 광고물 위반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항소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노사모가 그런 ‘희망돼지’ 운동을 다시 벌이겠다고 하는 것은 사법부를 무시하는 오만한 자세로 비칠 수 있다.

‘희망돼지’를 통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정당과 정치인 지지운동을 할 생각이라면 더욱 안 된다. 대선과 총선은 다르다. 대선 때는 ‘희망돼지’가 일종의 선거문화 바꾸기 캠페인 차원에서 너그럽게 용인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총선은 1000여명에 이를 후보 개개인이 모두 이해당사자다. 누구를 당선시키고 누구를 낙선시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비민주적인 위험한 발상이다.

전 유권자를 코드별로 나눠 총선을 이른바 ‘개혁 대 반(反)개혁’의 전면전으로 몰고 갈 생각이 아니라면 ‘희망돼지’ 운동을 다시 벌여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깨끗한 선거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운동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침 각 정당도 저마다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노사모가 총선에서 굳이 뭔가를 하고 싶다면 합의된 정치개혁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후 그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문화를 바꾸는 운동의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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