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카지노 議員’ 오리발 행진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13분


“내가 미군부대에 왜 가느냐. 근처에도 간 적 없다.”

미8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진 열린우리당 송영진(宋榮珍·충남 당진) 의원이 26일 오후 3시40분경 기자와의 첫 통화에서 관련 사실을 딱 잡아떼며 한 말이다.

20분 후 기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 송 의원에게 “사진이 찍혔다”고 알려주자 그는 “사진을 먼저 보여 달라. 무슨 사진인지 확인한 뒤 말하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잠시 생각한 뒤 그는 “열흘 전쯤 미군부대에서 심심풀이로 빠찡꼬 게임을 한두 번 해 본 적은 있지만 25일에는 간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26일 오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자신의 사진이 실린 본보 초판 신문이 발행되자 그제야 송 의원은 본보에 전화를 걸어 25일 카지노에 간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27일 오전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를 해명하면서 “카지노에 들른 것은 그날(25일)이 처음이었다”고 또 거짓말을 했다.

기자가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는 ‘열흘 전쯤 빠찡꼬를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카지노에 처음 갔다는 말은 잘못이다. 한 열흘 전쯤 간 적이 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또 기자가 “그 카지노에는 빠찡꼬 기계가 한 대도 없다”고 지적하자 그는 “빠찡꼬를 한 게 아니고, 그날 후배를 따라 식사를 하고 카지노에 들러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 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별로 갈 생각이 없었는데 고향 후배가 미군부대에서 다른 사람한테 폼을 좀 잡으려고 나를 데리고 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시 후 송 의원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그는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발표한 성명에는 “미8군을 방문했다가 ‘나오는 길’에 카지노에 들렀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25일 오후 8시경 미군부대에 들어갔고 카지노 앞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바로 카지노에 들어가 26일 새벽까지 도박을 했다. ‘나오는 길’에 들른 것이 아님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27일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하는 100여건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또 당 관계자들은 “하필이면 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 날 그런 일이 터졌느냐”며 곤혹스러워 했다.

시종 거짓말로 일관하는 송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완배 사회1부기자 roryrery@di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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