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소농(小農)'…동아시아 소농모델 이상적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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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小農)/쓰노 유킨도(津野幸人) 지음 성삼경 옮김/214쪽 7000원 녹색평론사

이 책의 부제는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전 일본 돗토리(鳥取)대 농학부 교수로 스스로 농부이기도 한 저자의 답은 간명하다. 지금까지 지구를 지켜온 것은 소농이고 앞으로도 그러하다는 것.

이것은 기계농법의 도입을 통해 농업을 대규모화하고 소수의 농민만을 농촌에 남긴 채 공장에 필요한 인력들을 도시로 빨아들이는 산업화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저자가 그냥 농업도 아닌 ‘소농’을 주장하는 이유는 좁은 농지를 공들여 경작하며 땅을 지켜온 소농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효율적으로 땅을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농은 이런 방식으로 농지의 영속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잉여 노동력의 활용과 환경보전의 역할까지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농업정책은 전통적인 자급자족 소농을 해체하고 자본주의적 기업농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교수인 옮긴이에 따르면 1960년에 총인구의 58%였던 농가 인구는 1980년 28%, 1990년 15.5%, 2000년 8.6%로 급격히 감소하며 그 ‘잉여인구’를 도시로 배출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도시는 인구를 수용할 만큼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식 기업화를 통한 농업근대화가 인류 생존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영속성과 생존을 위한 최소 공간의 사용이라는 면에서 동아시아의 소농 모델에 다시 주목할 것”을 역설한다.

나아가 농촌에 뿌리를 둔 농촌공업의 지원을 통한 인구의 분산, 주5일 근무제의 확대를 활용한 겸업농가의 육성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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