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내각- 우리당의 불협화음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8시 02분


코멘트
국정의 세 축인 청와대, 내각, 우리당(신당)이 따로 놀고 있다. 삼위일체가 돼 국정을 끌고 간다고 해도 쉽지 않을 터인데 반목만 일삼고 있으니 국민은 혼란스럽고 피곤하다. 재신임 국민투표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이 국정쇄신, 인적쇄신임을 거듭 절감한다.

국정 불안의 책임만 해도 그렇다. 고건 국무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대통령과 측근과 정부의 책임’이라고 했다. 답변 배경을 놓고 추측이 분분하지만 총리가 국정 불안의 1차 책임자로 대통령을 거론한 것은 대통령과 내각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고 총리는 대통령이 재신임 선언을 했을 때도 ‘홍두깨로 맞은 기분’이라고 말해 사전에 한마디 상의가 없었던 데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청와대와 ‘정신적 여당’이라는 우리당도 반목 중이다. 우리당은 인적쇄신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고,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서도 사전에 상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내각과의 사이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당은 대통령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관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하고 내각은 ‘여당’이라면서 트집만 잡는다고 볼멘소리다.

이런 불협화음에는 구조적 측면이 없지 않다. 소수당 출신인 대통령이 무당적(無黨籍) 선언까지 해 법적으로 여당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당(黨) 정(政) 청(靑) 3자간에 유기적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불화이고 갈등이다.

예컨대 재신임이나 파병 같은 중대사를 사전에 3자가 긴밀히 협의하고 토론은 하되 일단 결정되면 대통령 뜻에 따르도록 충분히 얘기가 됐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청와대와 내각에 이런 공조를 이뤄낼 인물이 없다는 얘기다. 인적쇄신이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재신임 국민투표와 같은 정치적 승부수가 아니다. 국정의 틈새를 빈틈없이 메워주는 유능한 정부에서 얻을 수 있는 일상(日常)의 만족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