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진우 “실투였는데…놓치지 않더군요”

  • 입력 2003년 9월 26일 0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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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왔는지 다 알아요.”

경기가 끝난 뒤 승리의 축포가 광주구장 하늘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아 김진우(20·사진)는 동료들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7이닝 6탈삼진 6안타 2실점으로 승리의 밑거름을 놨기 때문.

그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보였다. “홈런 어떻게 맞았는지 물어보려고 그러죠?” 김진우는 약간 빼는 척을 하며 장난을 치더니 환한 얼굴로 담담하게 홈런 맞는 순간을 설명했다.

“실투예요. 당시 승엽이 형이 몸쪽 공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타석에서 발을 빼더라고요. 그런데 약간 높게 공이 들어갔어요. 승엽이 형이 놓치지 않고 잘 쳤죠 뭐.”

김진우는 앞으로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갈 대들보 투수.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역대 최고 계약금인 7억원에 입단해 데뷔 시즌에 탈삼진왕(188개)을 차지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신인이 탈삼진왕에 오르기는 그가 처음.

1m93, 110kg의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대의 강속구와 뚝 떨어지는 파워커브가 주무기로 ‘차세대 선동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 시즌 삼성전 5연승 행진을 할 정도로 삼성엔 강했고 이승엽도 가장 껄끄러운 투수 중 한 명으로 꼽는다. 이승엽은 기록상으론 김진우를 상대로 지난해 19타수 7안타에 1홈런, 올해엔 이날 경기 전까지 9타수 3안타 1홈런을 거두고 있었지만 평소 “볼이 빠른데다 커브의 각이 국내 투수 중 가장 예리해 치기 어려운 투수”라는 평가를 내렸던 터.

향후 한국프로야구를 짊어질 차세대 최고투수 김진우가 올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로 떠나는 현역 최고타자 이승엽에게 55호 홈런을 내줬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는 또 “경기에 이겼잖아요. 그리고 정면승부하다 맞은 거니까 후회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광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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