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복권의 역사'…저소득층 주머니를 노리는 복권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48분


◇복권의 역사/데이비드 니버트 지음 신기섭 옮김/255쪽 1만2000원 필맥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불과 한 달 사이에 몇 천만원어치의 로또복권을 샀다는 젊은이가 출연했다. 그는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복권에 쏟아부었지만 1만원 이상 당첨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앞으로도 계속 복권을 사겠다는 뜻을 비쳤다.

과연 그 젊은이가 복권을 산 것을 ‘투자’로 보아도 좋을까. 복권의 경우 투자라기보다는 차라리 ‘도박’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린다. 다만 정부가 발행하고 오히려 구매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불법적인 도박과는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이런 복권의 특성을 비판적으로 해부했다. 책은 복권의 역사를 먼저 짚어나간다. 17세기 초 영국은 북미 식민지 경영을 위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 18세기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복권을 발행했지만 19세기 들어 복권 사기가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복권을 금지했다. 미국에서 복권은 1960년대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다시 발행되기 시작했다. 부족한 교육예산을 충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원제가 ‘Hitting the Lottery Jackpot’인 이 책은 현재 미국사회에 복권이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미국의 주정부들이 복권을 팔아 교육예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정된 교육예산을 대체하는 데 사용해왔다고 비판한다. 결국 예산의 증액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복권은 불안정한 예산충당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또 복권제도가 국가가 나서서 부유층이 책임져야 할 세금 부담을 저소득층에 전가하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국가가 ‘저소득층을 상대로’ 공격적인 복권 판촉을 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번역자는 마지막 장에서 ‘한국의 복권 현실’이라는 주제의 보충설명을 덧붙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비켜가지 않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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