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U대회 북한선수단·응원단 어떻게 지낼까

  • 입력 2003년 8월 20일 15시 26분


코멘트
대구 시내에서 차로 40분을 달려야하는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대구은행 연수원. 2m 높이의 철책이 빙 둘러 처져있고 밤에는 5m 간격으로 설치된 외등이 환하게 불을 밝혀 아예 침입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곳. 연수원 내에 비치돼있던 공중전화까지 없애 바깥과의 연결이 철저히 차단된 곳. 바로 여기가 대회기간 중 북한 미녀 응원단이 묵을 보금자리다.

대회조직위원회가 응원단을 위해 기울인 정성은 놀라울 정도다. 방마다 기초화장품과 드라이기, 헤어스프레이, 브러시, 스타킹, 손톱손질 기구, 반짇고리, 다리미 등 젊은 여성들의 몸단장에 필요한 용품을 빠짐없이 갖춰놓았다. 북측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해 연주황색 스타킹을 준비한 것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각 층 휴게실에는 TV를 갖춰놓았고 대형냉장고에는 콜라와 생수, 오미자 및 홍삼 음료가 가득하다. 간식으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온수기까지 마련돼있다.

지난해 부산아시아경기 때 비좁은 만경봉호에서 지냈던 것과 비교하면 응원단은 이번 대회에서 훨씬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을 듯.

먹거리에도 신경을 썼다. 식당 운영업체 삼성 에버랜드가 요리사 식당보조 서빙 물류관리요원 등 35명으로 식당을 운영한다. 메뉴는 한 끼 당 1만원 상당의 한식에 쇠고기 장어 등 특별식까지 제공할 예정. 물갈이로 배탈이 나지 않도록 아예 북한에서 생산되는 신덕샘물을 들여왔다.

5층과 6층 복도엔 '북측 응원단이 남기는 글'이라는 대형 메모판을 설치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응원단들이 어떤 글을 남길지 궁금하다.

유창섭 연수원장(49)은 "북한이 불참을 시사했을 때 그동안 준비해온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줄 알았다"면서 "밤잠 안 잔다는 각오로 응원단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