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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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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짬밥’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이는 본디 ‘남은 밥’이란 뜻의 ‘잔반(殘飯)’에서 비롯됐다. 소주를 ‘쐬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지금은 있을 수도 없는 얘기지만 오래 전 군대에서는 병사들이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제공되는 식사의 양이 부족했고 영양도 부실했다. 식사시간을 짧게 주는 등 군기가 엄격해 제공된 식사를 다 먹지 못하는 병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배고픈 병사들은 상급자 몰래 ‘잔반통’을 뒤져서 먹기도 했다. 이런 이유들이 겹쳐 군대에서 먹는 밥을 ‘짬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 군부대에 그런 재래적 의미의 ‘짬밥’은 없다. 이제 부대에 따라 잡채밥 볶음밥 비빔밥도 제공되고 창난젓 떡볶이 마른다시마 등도 나온다. 오히려 ‘짬밥’이란 표현은 식사 그 자체보다는 병사간의 서열 계급을 따지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상급자가 병사들을 집합시키면서 ‘짬밥 순으로 모여라’거나, 얼차려를 주며 ‘너는 짬밥을 거꾸로 먹었느냐’라고 하는 말이 이에 해당된다. 이른바 ‘짬밥 문화’다. 아직도 일부 부대에서는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 하나로 ‘짬밥 수’가 많은 고참이 하급 병사에게 가혹행위나 폭언 욕설 등을 하는 일이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육군이 이런 ‘짬밥 문화’를 근절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아 병영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병사 상호간의 서열관행에서 빚어지는 일체의 비인격적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하겠다는 것이다. 육군은 그동안에도 고참병들의 하급병 구타행위를 금지하는 등 여러 차례 비슷한 조치를 내놓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옛 관행이 도지곤 했다. 이번에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도록 군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군의 생명인 군기마저 풀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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