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항해지도'…침몰한 보물선의 위험한 유혹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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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지도/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조구호 옮김/672쪽 1만2000원 시공사

바다 깊은 곳 어딘가에 존재하는 보물선은 사람들에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생존자가 전혀 없거나 유일한 생존자마저 행방이 묘연한 난파선이라면 그 마력은 배가 된다.

해양추리소설 ‘항해지도’는 침몰한 보물선을 찾는 이야기다. ‘뒤마클럽’으로 국내 독자들과도 친숙한 스페인의 소설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가 2000년에 발표해 초판만 23만부를 찍어낸 베스트셀러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보물선은 1767년 스페인 연안 지중해에서 사라진 ‘데이 글로리아(영광의 하느님)’호. 18세기 스페인 예수회 소속 마지막 범선으로 쿠바 아바나를 출발해 스페인의 발렌시아로 가던 중 의문의 해적선에 쫓겨 침몰한다. 선적 리스트에 따르면 이 배에는 무명, 담배, 설탕이 실려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해양박물관 큐레이터인 여주인공 탕헤르 소토는 범선에 그 이상의 무엇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기독교를 탄압하는 내용의 카를로스 3세의 칙령이 발표되기 2개월 전 범선이 침몰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역사적 지식을 활용해 난파선의 진실을 추적한다. 그의 짐작처럼 범선은 예수회 수뇌부가 예수회를 추방하려는 카를로스 3세와 각료들에게 뇌물을 전하기 위해 200개의 에메랄드를 싣고 가던 중이었다.

탕헤르는 바닷길에 밝은 전직 항해사 코이에게 데이 글로리아 탐사 작업에 동참할 것을 제의한다. 수수께끼 같은 탕헤르의 미모에 매혹된 코이는 위험천만한 보물선 찾기 작업에 합류한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한 예수회의 뇌물 로비사건은 허구다. 작가는 카를로스 3세의 기독교 탄압이라는 역사적 단초를 바탕으로 5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지도학, 선박, 해양 고고학 등의 지식을 솜씨 있게 엮어 그럴싸한 스릴러물을 지어냈다.

특히 소설 중간 중간에 끼워 넣은 항로 계산법이나 측량에 관한 역사 등은 작가와 함께 항해에 나선 독자들에게는 앞을 가로막는 암초라기보다 결말을 향해 달음질치게 하는 순풍의 역할을 한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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