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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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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 원장의 발언을 아무리 곱씹어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몇 군데 있습니다.
우선 최 원장께서는 토론회에서 “기자들에게 술 사주고 하는 것이 공보관의 역할이다”고 하셨죠. 기자들은 공보관에게 ‘술’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정보’를 원합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외교부란 조직은 공보관이 ‘그런 정보’를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공보관이 주요 실국의 현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말하면, 해당 실국으로부터 “당신이 뭘 안다고 떠드느냐”는 식의 견제를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풍토였기 때문에 공보관 스스로 “기자들과 인간적 관계라도 돈독히 하자”며 ‘기자실장’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것 같았다는 게 솔직한 제 느낌이었습니다.
최 원장께서는 또 “기자와 24시간 같이 근무하다 보면 정보가 안 새 나갈 수 없다. 많은 공무원들이 자괴감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저는 외교부의 각 부서를 방문 취재할 때 사무실 입구에서 부서장에게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다른 기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했습니다. 최 원장께서 일과가 끝난 오후 6시경 사무실에서 소리 내 ‘영어 공부’를 하실 때마다 그 공부가 끝나기를 문 밖에서 기다렸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가판에 불리한 기사를 빼기 위해 어느 차관은 비를 맞고 나갔고, 장관은 목을 빼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을 봤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사의 대부분이 장관에 대한 비판 기사이거나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기사가 아니었던가요.
이처럼 문제의 상당 부분이 정부 내부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토론회에선 그 개선책을 제기하는 것이 마땅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외교부 내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기자들과의 토론을 즐겼던 최 원장께서 ‘(공무원의) 기자 접촉이 없어져야 한다’고까지 주장하시게 된 이유와 배경이 자못 궁금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 최 원장께 전화로라도 그걸 묻고 싶었는데, 그런 ‘접촉’ 자체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돼 수화기를 들지 못했습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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