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대동운부군옥'…조선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입력 2003년 7월 1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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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전 10권)/권문해 지음 남명학연구소 경상한문학연구회 역주/각권 350∼540쪽 2만5000∼3만원

조선 중기의 학자로 퇴계 이황(退溪 李滉)의 문하에서 수학한 초간 권문해(草澗 權文海·1534∼1591)는 필생의 힘을 기울여 이 방대한 백과사전을 편찬했다. 중국의 한자 사전인 ‘운부군옥(韻府群玉)’의 체제에 따라 편찬한 것이지만 그 내용은 중국의 것이 아니라 조선에 당시까지 전해오던 수많은 책을 참고하여 정리한 ‘조선 지식’의 집대성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조선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저자의 주체적 역사의식이 돋보인다.

단군시대부터 편찬 당시까지 조선의 지식을 지리 국호 성씨 인명 효자 열녀 수령(守令) 신선 나무 꽃 금수(禽獸) 등 11개 항목으로 분류해 한자의 운(韻)별로 정리 수록했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들 때 참고했다는 조선 책 172종 가운데는 현재 전하지 않는 책이 40여종이나 포함돼 있어 이 책의 자료적 가치를 더해준다.

지인인 학봉 김성일(鶴峯 金誠一)이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간행하려 했지만 임진왜란으로 무산됐고 약 200년 후에야 완간될 수 있었다. 그 후 다시 약 20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이 책의 반이 한글로 번역됐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5명이 포진한 경상한문학연구회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동서양명저번역사업 지원을 받아 총 20권 중 10권까지를 번역했다. 이들은 나머지 10권도 한국학술진흥재단 기초학문육성사업의 하나로 지정받아 번역 중이다.

번역본의 분량이 방대해짐에도 불구하고 한적 원본을 각권 뒤편에 영인 수록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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