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 입력 2003년 5월 30일 17시 17분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표정훈 지음/351쪽 1만원 궁리

“나는 새로 나온 책을 구입하거나 증정받았을 때, 제일 먼저 책을 펼쳐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책마다 그 나름의 냄새가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읽어야 하는 것으로 대접받던 책이 이제 다른 다양한 매체들과 힘들게 경쟁하게 된 시대에 그저 “책을 읽거나 번역하거나 쓰거나 소개하는 일에 종사한다”고 말하는 표정훈씨(출판전문 웹사이트 ‘궁리닷컴’ 책임편집자). 책을 즐겨 읽는 사람 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그는 이제 한국에서 책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그가 책과 책읽기에 관해 쓴 글들을 모아 내놨다. 책을 고르고 읽는 기본적 방법부터 책을 쓰거나 번역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충고, 성공적인 교양도서와 전통적인 출판사, 주요 유형별 책의 특성, 정보화 시대와 지식 고속도로에서의 책읽기 등 책과 관련된 그의 생각을 폭넓게 담았다.

훗날 자신의 묘비에 ‘위대한 넷서퍼 표정훈, 여기 잠들다’라고 새겨달라고 할 만큼 전형적인 디지털 인간인 그가 아날로그 문화의 대명사인 ‘책’에 인생을 건 이유는 대단히 진지하다.

“책을 둘러싼 일련의 위기는 우리 자신의 위기, 인간의 위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지금 우리에게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지금 책을 읽는 혹은 읽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