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투자여행]<13>실탄 아껴라…기회는 온다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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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래 가지고 언제 본전 찾을지 내가 봐도 막막하다. 10개 종목에 4원씩 투자하면 총 40원어치 포트폴리오. 이걸로 20원을 만회하려면 50% 수익을 올려야 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니면 종목마다 20∼30%의 수익이 날 때 나머지 4원씩을 마저 투입한다 해도 그렇다. 애초 그 수익은 누가 보장하며, 거기서 가격이 더 오른다는 보장은 또 어디 있는가.

참 난감한 일이다. 그렇다면 처방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다. 당장 아우성친다고 모르핀을 주는 건 길게 봐서 생명을 해치는 일. 어떻게든 성한 몸으로 좋은 세상 보게 하려면 이게 유일한 방법이다.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손실을 관리하며 차분히 ‘때’를 기다리게 하는 수밖에 없다. 잃어도 조금만 잃고 총알을 아껴 두면 부지중에 문득 기적을 보는 데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인 이상 이 장면에서 선뜻 이 처방을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그리곤 급한 마음에 극약처방을 쓰다가 이내 쓰러지고 만다는 거다. 사실 피 같은 내 돈을 털린 판에 뛰어가 잡아도 시원찮을 놈을 기어서 쫓으라 하니 누가 듣겠는가. 게다가 이른바 ‘따블, 따따블’을 먹어야 양이 차는 음식이 주식(株式)인데 분산 운운하니 얼마나 좀스럽겠는가. 그러니 투자클리닉이니 리스크관리니 하는 말들이 귀에 안 들어올 건 너무 당연하고….

결국 기댄다는 게 약효 빠르기로 소문난 전통 민간요법 ‘몰빵, 미수, 작전’ 등일 텐데…. 안타깝게도 이런 수법들이 욕심만큼 그리 잘 안 통한다는 거다. 가령 지상 100m에서 뛰던 번지점프를 이제부터 80m에서 뛰게 됐다 생각해 보라.

땅바닥이 가까워진 만큼 당연히 로프 길이도 줄이는 게 온당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말 영악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게 인간. 여기서 오히려 끈을 더 늘인다는 거다. 전에 비해 거리가 가까워졌으니 그만큼 스릴이 줄었고, 따라서 예전의 그 스릴을 만끽하려면 위험을 더 많이 실어야 된다는 논리다. 몸을 던지는 순간 그 짜릿함이야 세상 그 무엇에 비기랴만, 역시 문제는 한번 내려가곤 다신 안 올라온다는 거다.

‘벌면 늘리고 잃으면 줄이라.’ 이 원칙의 준수가 관건인 이유는 우리 각자의 재화(財貨)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개 준수를 못하는 건 이 한정된 걸 잘 지키려 하지 않고 무한정 키우려 하는 욕심 탓이다. 이 욕심은 그렇잖아도 한정된 재화를 더더욱 한정시키는 악순환을 부추긴다. 한정됨은 인간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고, 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 cic2010@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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