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한국 탁구의 희망 유승민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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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태릉선수촌 입촌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꿈. 한국스포츠를 빛낸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는 태릉선수촌에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태극전사들의 함성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 중학교 1학년 때인 13세 때 입촌, 8년 동안 세계 최고의 꿈을 키워온 ‘태릉선수촌 지킴이’가 있다. ‘탁구 신동’ 유승민(21·삼성카드)이 바로 그다.

사실 그에게 더 이상 신동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1m74의 훤칠한 키에 어엿한 대학생(경기대 체육학부)이기도 한 그는 신동 보다는 ‘한국탁구의 희망’이라고 하는 게 맞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태릉선수촌 입촌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꿈. 한국스포츠를 빛낸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는 태릉선수촌에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태극전사들의 함성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 중학교 1학년 때인 13세 때 입촌, 8년 동안 세계 최고의 꿈을 키워온 ‘태릉선수촌 지킴이’가 있다. ‘탁구 신동’ 유승민(21·삼성카드)이 바로 그다.

‘한국탁구의 희망’유승민(오른쪽)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중 유남규 코치와 함께 그립을 점검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사실 그에게 더 이상 신동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1m74의 훤칠한 키에 어엿한 대학생(경기대 체육학부)이기도 한 그는 신동 보다는 ‘한국탁구의 희망’이라고 하는 게 맞다.

88서울올림픽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탁구. 그러나 이후 중국 파워에 밀려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한데다 프로스포츠 인기에 밀려 요즘은 사양길. 이런 탁구를 되살릴 희망이 바로 유승민이다. 그는 19일부터 1주일간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요즘 태릉선수촌에서 하루 6시간 이상 땀을 흘린다.

“작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복식 우승 이후 이메일이 쇄도하는 등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요즘은 한 건도 안 와요. 탁구가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매일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목표는 단식에서는 8강,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는 4강에 오르는 것. 중국의 벽이 워낙 높은데다 128명이 출전하는 단식에는 중국 뿐 아니라 유럽의 강자들까지 총출동해 상위권 입상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나 다름없을 정도.

유승민은 “중국의 마린과 왕리친 등에게는 별로 이겨본 적이 없다”며 “8강 이상 올라 이들을 꺾는 게 일차 목표”라고 밝혔다.

외동아들인 유승민. 95년 경기 내동중학교 1학년 때 상비군으로 태릉선수촌에 들어온 뒤 집보다 선수촌에서 더 오래 산 그에게 태릉선수촌 생활이 지겹지는 않을까.

“처음에는 강화도에 외롭게 계시는 부모님 생각으로 눈물도 흘렸지만 지금은 선수촌이나 팀 합숙소 생활이 몸에 완전히 배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자주 면회를 오시기도 하고요….”

훈련과 휴식만 반복되는 단조로운 합숙 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다보니 유승민은 탁구 말고는 잘하는 것도, 별다른 취미도 없다. 쇼트트랙 대표선수 중에 또래가 많아 이들과 어울려 선수촌내 당구장을 가는 게 유일한 오락거리. 탁구는 세계 최정상급이지만 당구는 120점 수준. 야구와 농구 경기를 TV로 보는 것도 취미 중 하나이다.

그런 유승민에게 요즘 활력소가 생겼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친’이 나타난 것. 고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동창생이지만 요즘 부쩍 가까운 사이가 됐다. 시간이 나면 극장과 PC방에서 데이트를 하느라 살맛이 난다고.

펜홀더 형인 유승민의 특기는 힘이 넘치는 포어핸드 드라이브. 수비력과 지구력만 보완하면 세계정상 정복이 꿈만은 아니다. 그의 코치는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끈질긴 승부사로 이름을 떨쳤던 코치님은 항상 승부욕을 요구합니다. 중국선수들이 쉴 때 몇 배 더 열심히 훈련하면 반드시 세계 1인자가 될 수 있다구요.”

외삼촌이 운영하던 탁구장에 들락거리며 탁구를 배운 유승민은 인천 도화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라켓을 잡았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전국대회 10관왕에 올랐고 경기 내동중 3년 때 전국 대회 전관왕에 오르면서 국가대표의 길로 들어섰다. 99년 아시아청소년대회 단식 우승, 2001년 중국오픈 복식 우승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주요성적.

“이제는 신동이라는 말보다는 최강이라는 말이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강에 오를 자신도 있습니다.”

유승민은 “요즘 라켓을 잡으면 누구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그만큼 탁구에 물이 올랐다는 얘기. 또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 세계 최강에 오르는 날까지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훈련하겠다”고도 했다. 의욕만 앞세운 섣부른 호언장담 보다는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유승민의 세계 1인자 등극의 날은 멀지 않았다. 우리 모두 그의 ‘황소걸음’을 지켜보자.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유승민은 누구인가

△생년월일=1982년 5월5일 △체격=1m74, 68㎏

△가족사항=부(유우향씨), 모(황감순씨)

△학력=경기 도화초-오정초, 경기 내동중, 경기 동남종합고, 경기대 재학중

△경력=국가대표(1997∼), 삼성생명(2001년 입단), 삼성카드(2002∼)

△주요 국제대회 성적 ○1998년 제1회 세계청소년대회=단체 2위, 복식 2위

○1999년 제7회 아시아청소년대회=단식 1위, 복식 1위

○1999년 영국오픈=복식 3위 ○1999년 일본오픈=단식 3위

○2000년 아시아선수권대회=단체 2위

○2001년 중국오픈=복식 2위 ○2001년 스웨덴오픈=단식 2위, 복식 3위

○2001년 덴마크오픈=복식 3위 ○2002년 중국오픈=복식 1위

○2002년 브라질오픈=단식 2위 ○2002년 코리아오픈=

단식 3위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단체 2위,

복식 1위, 혼복 2위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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