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애인보다 인라인하키가 더 좋아요”

  • 입력 2003년 4월 2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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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하키를 즐기는 여자 선수들이 헬멧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계현, 조훈영, 김혜은, 권효주, 정은주, 현유미. 전영한기자
인라인하키를 즐기는 여자 선수들이 헬멧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계현, 조훈영, 김혜은, 권효주, 정은주, 현유미. 전영한기자

“인라인하키 하는 날은 우리 모두 뜨거운 열정에 사로잡힙니다.”

권효주씨(27). 그는 인라인하키와 ‘사랑’에 빠졌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하던 그는 2년 전 우연히 인라인하키 경기 모습을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직장에서 퇴근한 오후 8시경부터 자정까지 집 근처 가로등 밑에서 혼자 연습할 정도였다. 퍽에 맞아 멍이 들어도 개의치 않았고 절뚝거리면서도 연습에 참가했다.

올해 초에는 여성팀 ‘니케’(승리의 여신)의 창단멤버가 됐다. 늘어나는 마니아들로 앞으로 여성인라인하키리그가 활성화될 것에 대비해서였다. 남자팀들은 이미 세미프로리그를 4월초 출범시켰다.

19일 오후 여자 인라인하키 마니아들이 인천 동막시립롤러경기장에 모였다.

남자들의 세미프로리그 경기를 관람하고 여자인라인하키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기 위해서였다. 권씨와 김계현(22·TSP데블스), 김혜은(27), 조훈영(25·이상 리버티), 정은주(26·니케), 현유미씨(23·블루스톰).

대부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하키를 시작했지만 김계현, 조훈영씨처럼 처음부터 곧바로 하키를 시작한 경우도 있다. 혼성팀 ‘리버티’소속인 조씨는 1주일에 한 두차례 2,3시간 씩 인라인하키를 연습하고 있다. 처음에는 스케이트를 익히는 데만 주력했다. 6개월 정도 지난 뒤 스케이트에 익숙해졌고 그 뒤부터 본격적으로 하키기술을 익혔다.

이들의 대화는 주로 “인라인하키가 얼마나 재미있는가”에 모아졌다. 조씨는 “크게 다친 적이 있어 집에서 말리기도 했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며 “자녀가 둘 있는 아주머니도 같이 운동하는데 절대 못 그만두겠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김계현씨는 “친구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하자고 했지만 냅다 달리기만 해 재미없어 보였다”며 “인라인하키는 여러 가지 기술로 상대방을 제칠 수 있어 묘미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인라인하키는 아이스하키처럼 한정된 장소에서 하지 않고 공터만 있으면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좋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전용팀이 늘어나는 것이 최근의 추세.

국내에는 현재 8개의 여자 인라인하키팀이 있다. 5월초에는 제2회 KINHA 전국여자인라인하키대회가 인천 동막시립롤러경기장에서 열린다.

국내 여성 인라인하키팀
홈페이지비고
니케www.TeamNike.wo.to올해초 창단.지난해 여성리그 우승팀(그로샤를 개편)
리버티www.freechal.com/Liberty
Hockey
분당 중심 활동. 혼성팀 내에 여성팀 운영.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정은주

전직 간호사 정은주씨(26). 그는 요즘 빙판과 우레탄을 오가며 스케이트를 탄다.

평일에는 태릉빙상장에서 아이스하키를 하고 주말에는 인라인하키 선수로 땀을 흘린다.

정씨는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로 인라인스케이트를 먼저 배운 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 케이스. 1년반 전 인라인스케이트를 시작한 뒤 2개월쯤 지나 인라인하키에 빠져 들었다. ‘버팔로’라는 남녀혼성팀 멤버였던 그는 남자동료들로부터 ‘독종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온몸을 던졌다.

그 소문이 ‘이웃사촌’인 아이스하키 쪽에도 퍼졌다. 인라인하키 구경을 갔다가 “남자들과 경기를 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소문을 확인한 아이스하키 코치들은 정씨에게 아이스하키를 권했다. 그래서 얼음판 위에 선 게 지난해 4월. 올해 1월엔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린 동계아시아경기에 출전했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지 불과 9개월 여 만이었다.

정씨는 “국내에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만능선수. 초등학교시절에는 핸드볼 선수로 뛰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농구를 즐겼다. 길거리에서 남자들과 어울려 농구를 할 만큼 소탈한 성격. 인라인하키를 처음 배울 때는 거친 훈련을 마다하지 않아 남자선배들이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정씨는 요즘 평일에는 아이스하키, 주말에는 인라인하키에 빠져 지낸다. “아이스하키는 빠르고 민감하다. 인라인하키는 속도가 떨어지는 대신 아기자기하다”는 게 그의 말.

정씨는 올 초 동계아시아경기에 대비해 합숙훈련을 하고 대회에 출전하느라 간호사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현재 인라인하키 남녀 혼성팀 ‘나인티나이너즈’와 여성팀‘니케’ 소속. 아이스하키 인라인하키 모두 재미있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인라인하키를 선택하겠다는 것.

“여자 인라인하키가 활성화돼 남자처럼 프로팀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의 꿈은 인라인하키 직업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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