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전망대]권순활/경제부처 후속인사 서두르라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31분


코멘트
경제관료들은 인사에 민감하다. 아무리 실력과 소신이 있어도 뜻을 펼 수 없는 자리에 가 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어떤 보직이냐에 따라 앞으로 자기 앞에 펼쳐질 길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첫 장·차관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관심은 후속인사에 쏠려 있다. 부처마다 차관보나 실장 등 1급에 공석이 몇 자리 생긴 상태다. ‘1급 정비’를 하면 자연스럽게 국장과 과장, 사무관까지 연쇄적으로 개편요인이 생긴다. 이러다 보니 간부부터 실무직원까지 모두 인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며 비난하거나 매도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바람직한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 특히 정통 경제관료는 명예와 이름을 먹고사는 대표적 집단의 하나다. 나라경제를 자기 집안일 이상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민간기업과 비교할 때 상대적 박봉을 견뎌내면서 쉽게 공직생활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사명감과 무관하지 않다. 명예욕과 승진욕구를 잘 파악하고 활용해 국가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뛰어난 리더에게 요구되는 한 덕목이다.

문제는 시기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 금융권 모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다.

하지만 관료의 속성상 인사가 임박한 시점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전력을 쏟기란 쉽지 않다. 떠나는 날까지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은 원론적으로 옳다. 그렇지만 그런 식의 접근법은 사람의 복잡한 속성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논리다. 세상일이 대체로 그렇듯 지나친 흑백논리와 선악(善惡) 구분은 얻는 것 못지 않게 잃는 것이 많다.

일선 기자들이 전해오는 최근 각 경제부처의 기류는 이렇다. “인사가 끝날 때까지는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국이나 과 단위에서 새로운 구체적 정책개발도 별로 없다. 누가 맡아야 할지 모르고, 정책이 새 정부 ‘코드’와 맞는지 판단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성향(性向)’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음해도 눈에 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가 길어지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경제부처 후속인사를 최대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우선 1급 인사에 대한 중앙인사위원회의 심사기간부터 단축하라. 지금은 ‘충분한 검증’을 이유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인사 피로’ 부담이 커지고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경제장관들은 1급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국장 및 과장, 사무관 인사에 들어가 산적한 경제현안에 대처하길 바란다. 물론 그 자리에 갈 만한 업무능력과 헌신성이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자주 말썽이 된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편가르기’는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