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박명수감독 “고마워, 히딩크 넥타이”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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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들어 늘 같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지난해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이 어퍼컷하는 그림이 그려진 푸른색 넥타이다. 히딩크가 승리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기 때문.

우리은행이 14일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을 이기며 사상 첫 챔피언 등극에 1승만을 남겨둔 것을 보면 그래도 헛된 믿음은 아니었던 것같다.

히딩크 축구의 핵심은 90분 내내 강력한 체력으로 경기를 ‘지배(dominate)’하고 상대를 ‘압박(press)’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멀티플레이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은행이 3차전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비슷했다. 평소 여자농구 최고의 체력을 자랑해온 우리은행은 이날 장신 선수를 앞세운 철저한 스위치 맨투맨으로 삼성생명의 외곽슛을 잠재웠다. 가드와 포워드 라인이 쉴 새 없이 자신의 마크맨을 바꿔가며 찰거머리 수비로 쉬운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은 것.

실제로 1,2차전에서 51%, 44.9%였던 삼성생명의 3점슛과 2점슛 성공률은 3차전에서는 각각 23%와 25%로 뚝 떨어졌다. 단기전에서는 공격보다 수비를 앞세워야 승산이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

정상을 눈앞에 둔 박명수 감독이 넥타이 속 히딩크 감독처럼 실제로 주먹을 날릴 날도 머지 않은 듯 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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