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력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은 탓이다. 국민적인 의혹을 받았던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현대상선에 불법 대출된 4000억원이 계열사에 지원된 것이 확인됐는데도 노골적으로 조사를 회피한 것은 ‘경제 검찰’로서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정위가 조금이나마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 문제에 관한 국민의 분노는 덜했을 것이다.
비록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통령의 임명을 받는 행정기관이기는 하지만 그 업무에 있어서는 정치권력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조사의 기준이 달라지는 한 불공정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정위가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한다’는 본래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해 행동해야 한다.
공정위가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권한 남용에 있다. 지키지도 못할 법을 만들어 놓고 멋대로 해석하고 집행함으로써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일이 그것이다. ‘재벌 길들이기’ ‘미운 놈 골라 손보기’와 같은 지적이 왜 나오는지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공정위 규정을 자의적으로 뜯어고치는 일도 삼가야 한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겨냥해서 규정을 바꾼다면 어떻게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최근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부채비율 100% 미만인 그룹을 제외하도록 한 규정을 고치려다 정부내 반대로 제동이 걸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공정위는 새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불공정위원회’라는 오명을 벗고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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