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리스크 모르는 당신, 증시를 떠나라!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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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가 산 주식의 값이 떨어졌을 때, 또는 팔고 난 뒤 값이 올랐을 때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귀하는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순간 첫 관문인 ‘심리적 위험(리스크)’에 노출된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의 경험에 따르면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고통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는 첫걸음이다.

이런 심리적 위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에 수없이 도사린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뛰어들면 비극의 시작이라고 정 부장은 말한다.

▽글로벌 증시, 글로벌 위험=주식투자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위험과 싸우는 과정이다. 위험은 크게 시장 위험과 종목 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시장 위험 가운데 가장 거시적인 것은 ‘세계화 위험’. 국경을 초월한 외국인투자자들 때문에 한국 증시는 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지난해 잘 나가던 한국 증시가 추락한 것은 미국 증시의 폭락 때문이고 유럽에서 은행주가 폭락하면 한국의 은행주도 따라 내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은 한국 거래소시장에서 시가총액 전체의 36%에 해당하는 258조6808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에 대해 민감하고 취약하기 때문에 이들이 마음먹고 보유주식의 10%만 내다 팔아도 한국 증시는 아수라장이 될 판이다.

▽국가위험과 시장위험=국가 위험의 한 축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이다. 정 부장은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 위험’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의 주주로서 현대그룹 대북 송금 사건을 보면 정부가 상장기업의 은밀한 거래를 조장 또는 묵인하거나 정보의 시장 유통을 차단한 꼴”이라는 것.

또 대우그룹 부도 사태 때 고객의 펀드 환매를 제한한 것은 법률에 의해서만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을 무시한 행위였다.

작전세력이 판치고 버젓한 대기업까지 시세조종을 하는 현실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시장 위험이다.

▽종목 위험도 가지가지=SK텔레콤은 올해 초 잉여 현금을 늘려 30%를 주주에게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실적발표 때는 이익을 줄이면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사업에 대한 투자비용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회사가 주주를 무시할 위험’의 대표적인 사례.

금융기관들이 합병을 하면서 노조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특별상여금이라는 이름으로 벌어둔 이익을 써버리는 것도 주주에게는 손해다.

규제 위험도 자주 등장한다. 정부가 통신서비스회사들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후발주자인 KTF와 LG텔레콤을 지원하는 것은 SK텔레콤 주주에게는 위험 요인이다.

정부가 카지노회사인 강원랜드의 영업시간과 게임별 베팅한도 등을 규제하는 것도 마찬가지.

신 이사는 “부동산을 팔거나 환차익으로 이익을 낸 회사의 재무제표만 보고 이익을 많이 낸 회사라고 오해할 수 있는 ‘이익 재무 위험’과 기업과 회계사가 실적을 부풀리는 ‘회계 위험’ 등도 주식을 사고 팔 때 고려해야 할 위험”이라고 조언했다.

이채원 동원투신운용 자금운용본부장은 “기업의 내재가치만을 보고 투자하는 가치투자자들에게는 기업가치를 잘못 분석하는 것과 가치가 급변하는 것이 위험”이라고 말했다.

▽위험을 모르면 증시를 떠나라=이런 갖가지 위험은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형태로 주가에 반영된다. 위험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식값이 내리는 것.

정 부장은 “이런 위험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투자자는 증시를 떠나는 것이 좋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보증권이 ‘투자클리닉’에 접수된 투자자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투자 실패의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위험관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자의 97%는 수익은 낮고 위험이 높은 종목에 투자했다. 80%가 분석이 아닌 감에 의한 매매를 했다. 60%는 손절매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했다.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는 “주식을 해 돈을 버는 사람은 세 부류”라며 “법을 어기거나 운이 좋은 사람, 주식의 본질을 알고 위험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그들”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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