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최인선감독 첫 200승 달성

  • 입력 2003년 1월 16일 02시 56분


코멘트
15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02∼2003애니콜 프로농구 SK 나이츠와 코리아텐더 푸르미전. 황성인의 슛이 림을 가르며 86-81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SK 나이츠 최인선 감독(53)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프로농구 사상 첫 통산 200승 고지 달성.

지난 시즌까지 188승(정규리그 154승, 플레이오프 34승)을 거둔 뒤 올 시즌 들어 12승을 보태며 이룩한 대기록으로 프로 원년인 97년 기아 엔터프라이즈 감독 이후 7시즌 만에 이룬 금자탑이다. 통산 200승138패. 지도자에게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최 감독은 프로농구 감독 중 선수를 보는 눈이 가장 탁월한 감독으로 꼽힌다. 기아 감독시절 단신의 클리프 리드를 선택해 우승을 일궜고 SK 나이츠에서는 재키 존스를 영입, 정상을 정복하는 등 선수의 자질을 파악하는 선구안에서는 따를 지도자가 없었다. ‘코트의 신사’ ‘프로농구의 덕장’도 최 감독 이름 앞에 붙는 찬사.

최 감독은 이런 능력과 친화력으로 97년 이후 단 한 시즌도 지휘봉을 놓은 적이 없이 소속팀에 우승 2번(97시즌, 99∼2000시즌)과 준우승 2번(97∼98, 2001∼2002시즌)을 안기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10개 구단 감독 중 원년 멤버는 최 감독과 KCC 이지스의 신선우 감독뿐.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게 최 감독의 처지다. 최 감독은 화려한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올 시즌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당장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 성적이 문제. 200승을 자축하고 있을 여유는커녕 플레이오프 불씨를 살리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최 감독은 또 ‘용병술의 귀재’라는 평가에 걸맞지 않게 올 시즌 선수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서장훈의 이적 뒤 큰 기대를 갖고 영입했던 김영만을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한 채 LG 세이커스로 트레이드한 것이나 용병을 2번이나 갈아치우며 이미지를 구겼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초 200승 달성에 맞춰 축하 이벤트를 마련했다 취소한 구단은 물론 최 감독 자신도 이날을 ‘죄인의 심정’으로 맞았다.

“워낙 팀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아 개인적인 기록 달성을 자축할 분위기가 아닙니다. 일단 꼴찌를 벗어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팀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대기록을 작성한 감독답지 않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인 것도 그래서였을까.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