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권행사에 포상금이라니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20분


민주당 광주 남구지구당이 이번 대선에서 높은 투표·득표율을 기록한 지역의 구의원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한 것은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일이다. 신성한 주권행사를 돈과 연결시키다니 그처럼 민주사회와 동떨어진 발상도 없을 것이다.

선관위는 남구지구당이 이들 구의원에게 모두 1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지구당측은 ‘투표 독려에 대한 격려의 의미’라고 하지만 유난히 높았던 이 지역의 특정후보 지지도를 고려할 때 ‘투표 독려’는 곧 특정후보를 찍으라는 주문과 같기 때문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이번 일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이 법 118조는 선거 후 답례 금지, 135조는 선거운동원에 대한 보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선관위는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고 자평했지만 선거 후 드러난 상황을 보면 그 평가를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게 됐다. 민주당이 승리한 다른 지구당에서도 그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런 일들이 투표일 전에 계획돼 당직자들에게 통고됐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돈으로 표를 사는 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매표는 선거판을 오염시키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다. 믿고 싶지 않지만 지역별 선거책임자가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그런 주문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선거는 단순히 승자를 고르는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고 정착시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그런데 이 과정이 떳떳하지 못했다면 어떤 승리도 그 빛은 바래고 민주주의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선관위는 이번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과정을 철저히 추적해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고 관련자에게 법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민주당도 한 지구당의 작은 일로 축소하려 들지 말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도록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것은 변화를 바라며 민주당에 표를 모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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