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결식아동 12명 '비추미 꼬마봉사단' 결성

  • 입력 2002년 12월 21일 01시 17분


“다른 사람을 돕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줄은 몰랐어요.”

결식아동들이 자신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이웃 돕기에 나섰다. 대구시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관장 박용권·朴龍權)에서 도시락을 받아 밥을 먹는 초등학생 12명은 지난달 ‘비추미(세상을 비추는 사람)꼬마봉사단’을 결성했다.

이들은 18일 복지관 근처 영구임대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불우 노인 6명을 찾아 몸도 주물러 드리고 세상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전신마비로 10년째 누워 지내는 이영순씨(55·여)는 아이들의 방문을 받고 “손주들이 많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웃돕기를 했다는 초등 6학년 경철이는 “지체장애 노인을 주물러 드리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꼬마들의 갸륵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경기도 용인의 군부대 장병 50명도 얼마전 이들과 자매결연했다. 꼬마봉사단원들과 장병들은 요즘 하루 100원씩 모으는 동전모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내년 1월 예정된 두 번째 봉사활동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은주(초등 6년) 은영(초등 4년) 자매는 “봉사활동을 해보니 몸 건강하게 공부하는 우리는 그래도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꼬마봉사단은 △하루 손자손녀되기 △어르신과 외출하기 △어린이집 간식 나눠주기 △경로당 어르신에게 꽃 달아드리기 △장애아동을 위한 소식지 만들기 등 내년 봉사활동 계획을 짜느라 신이 났다. 신당복지관 김선영(金善英·25)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도움을 받는데만 익숙해지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아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짜냈다”고 말했다.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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