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막가는 비방戰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9시 30분


한나라당 부산시지부는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비난하는 흑색 선전물을 수거해 언론에 공개했다.

신문광고 형식을 빌려 만든 이 후보 비난 선전물에는 ‘박멸 이회충’이라는 도장이 선명히 찍혀 있다. 이 후보를 기생충에 비유하면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10가지’ 이유를 빼곡히 적어놓았다. 그러나 인신공격적인 일방적 주장만 적혀 있을 뿐 논리적인 설득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나라당이 대학가에서 수거했다는 영화 포스터는 아예 여장(女裝)을 한 이 후보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었다. 반미감정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사람을 찾습니다. 신장 179㎝ 체중 45㎏의 20대 청년. 현상금 1000만원’이라는 대자보는 이 후보의 아들 정연씨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에 대응하는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도 뒤지지 않았다.

최근 열린 부산역 집회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광일(金光一) 변호사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사이비 인권변호사’ ‘성격 파탄자’로 비난한 뒤 과격 급진주의자로 몰아붙였다. 이 지역 출신인 박찬종(朴燦鍾) 선대위 고문은 지하철 서면역에서 “노 후보의 선대 고향은 전라도”라며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한나라당이 당원용으로 만들어 뿌린 ‘노무현-정몽준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제목의 소책자도 비방내용만 잔뜩 담겨 있었다. 책자에는 노 후보에 대해 ‘소신과 철학이 없다. 언행이 경박하다. 무늬만 서민후보다’라는 비방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에 대해서는 ‘정경유착의 장본인. 김대중 정권에 말 한마디 못한 기회주의자. 꼴찌 국회의원’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흑색선전을 퍼뜨리고 있는 구전(口傳) 홍보단까지 본격 가동해 주로 후보들의 여성 편력과 사상문제에 대한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는 게 현지 경찰의 귀띔이다.

정책선거에 승부를 걸겠다는 정치권의 다짐의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 데 선거 현장은 ‘구시대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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