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2 D-8]양당 대선 종반 전략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8시 55분


▼한나라…안정이냐 불안이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진영은 선거전 중반 이후를 겨냥해 ‘포지티브’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선거전 초반의 국가정보원 도감청 자료 공개 등 네거티브 공세가 먹혀들지 않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왼쪽)가 10일 중반 이후의 선거전략을 논의하는 선거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특히 이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국정운영 경험과 자질을 비교해 ‘경륜이냐, 초보냐’를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40년 거목과 8개월 묘목’론 등이 대표적인 컨셉트이다.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 다양한 행정경험과 야당 총재를 거친 이 후보의 경륜이 해양수산부 장관 8개월의 공직 경험에 불과한 노 후보를 압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포지티브 공세는 이 후보가 민주당 노 후보에게 앞서 있다는 ‘비교우위론’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기대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안정이냐, 불안이냐’를 구호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안정심리에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전략의 초점은 이 후보의 개혁적 이미지 강화에 모아졌다. 8일 이 후보의 정치개혁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계기로 이 후보가 개혁적 이미지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했다는 판단에서다. 당 지도부는 기자회견 후 이 후보의 지지도 회복 추세가 확연해졌다고 자평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10일 선거전략회의에서 “집권시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부터 정파를 초월, 각계의 유능한 분들을 선발함으로써 대탕평 인사를 실천에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이 후보가 확실하게 개혁을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게 되면 ‘관념적 개혁론자’인 30, 40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개혁에 이어 이 후보의 구체적인 집권 비전 제시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남은 기간 중 후보의 대국민 메시지 전달이 2, 3차례 더 있을 것”이라며 “이 가운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가들이 ‘아, 이것이다’라고 생각할 만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역적으론 부산 경남(PK)의 노무현 돌풍을 압도적 조직력으로 제압하고, 충청권에선 자민련과의 느슨한 연대를 통해 실지(失地)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12일 예정된 부산과 마산의 대규모 유세전은 ‘PK 평정’을 알리는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는 게 당 지도부의 복안이다. 한나라당은 PK와 충청권에서 승기를 굳힌 뒤 선거전 중반 이후 모든 당력을 수도권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도권 부동층 공략 포인트로는 민주당의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에 대한 반격을 택했다. ‘행정수도 이전〓천도(遷都)’ 논리로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졸속정책임을 부각시켜 흔들리는 수도권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민주…20-30대에 투표호소▼

민주당 정대철 선대위원장(가운데)이 10일 대선전략 마련을 위한 중앙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은 10일 2차 TV합동토론 이후 종반전의 전략 기조를 현재의 우세기조를 투표일까지 지켜내는 ‘수성(守城)’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부산 경남(PK)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조직적 침투를 최대한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노무현(盧武鉉) 후보 자신도 이번 주말 공식선거운동 시작 이후 4번째로 PK지역을 방문해 ‘노무현 정권 탄생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거리유세에 나설 예정. 정동영(鄭東泳) 고문과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돼지꿈 유세단’은 PK와 대구 경북(TK)지역을 오가며 투표일 전날까지 유세전을 펼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이 영남지역에서의 우세한 조직력을 앞세워 막판 자금살포와 흑색선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정선거감시운동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노 후보 지지층이 두꺼운 20, 30대의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투표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다. 젊은 층을 겨냥해 김근태(金槿泰) 정범구(鄭範九) 의원과 개혁국민정당 대표 유시민(柳時敏)씨, 가수 신해철씨 등으로 이벤트 유세단을 구성해 서울시내 45개 대학을 순회하며 투표참여를 호소하면서 각 대학 총학생회 등과 연계해 ‘고향에 내려가 투표하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자체 조사결과 20대의 투표율은 70%를 넘어서고, 30대의 투표율도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97년 대선 때보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4%가량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예상이 맞으면 현재의 우세를 지키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40대 연령층의 공략을 위해 TV광고와 방송연설을 전적으로 40대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편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군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40대 후반 이상의 장년층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지지대열에서 일부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 이들을 노 후보 지지 쪽으로 이끌어내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막판 양상이 표심(票心)변화 가능성이 높은 대형 이슈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는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여러 변수와 대응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민주당은 종반전의 ‘필승카드’로 무엇보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지원유세를 꼽고 있다. 정 대표가 이번 주말경부터 투표일까지 남은 5일 정도 노 후보와 함께 유세전에 나서면 대세 장악은 확실하다는 게 민주당의 기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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