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87…전안례(奠雁禮) 9

  • 입력 2002년 12월 2일 17시 37분


<줄거리> 우철은 약혼녀 인혜와 사랑을 나눈다. 아버지 용하의 첩 미령은 사내아이의 탄생을 기원하였으나 여자아이가 태어나자 절망한다. 친구 우홍이가 상해에 가서 의열단에 들어가겠다고 작별을 고하러 온다. 우철은 육상 지구예선에서 중장거리에 우승, 조선 신궁대회에 출전이 정해진다. 이듬해 봄, 우철은 인혜의 집에서 혼례를 치른다.

“…입덧은 언제 끝나는 기고?”

“글쎄요…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먹었다 하면 다 토해버리니까, 정말 힘들어예. 아무 것도 안 먹고 싶습니다.”

“그래도 좀 먹어야지. 홑몸이 아이다 아이가.”

“쉿.” 인혜가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준호와 종구, 유원이가 손가락에 침을 바르고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신방 엿보기를 시작한 모양이다. 우철은 우선 자기 저고리를 벗고, 복사뼈 언저리에 묶여 있는 대님을 풀고 바지를 내리고서 인혜의 화관을 벗기고 앞 댕기와 도투락댕기를 풀어 내리고 고름을 풀어 저고리를 벗겨주었다. 인혜는 용무늬가 새겨져 있는 금비녀를 뽑고 쪽을 풀어 땋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속옷 차림으로 살며시 이부자리에 누웠다. 우철이 이불 끝자락으로 촛불을 끄자 창호지 너머에서 킥킥거리던 웃음소리가 발소리와 함께 멀어졌다.

“간신히 모면했네.”

“그런갑네요. 하지만 아직 친행하고 재행이 있다 아입니까.”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눈치 못 챘으면 좋겠다.”

“…시어머니는 눈치 챌지도 모르지예.”

“뭐, 일이 그리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배는 좀 불렀나?”

“조금예.”

“좀 보자.”

우철은 인혜의 속바지를 끌어내리고 배꼽 주위에 손바닥을 댔다.

“이 부근이제.”

“그렇겠지예.”

“움직이나?”

우철은 인혜 곁에 누웠다.

“움직일라면 아직 멀었습니다. 다리도, 아직 요만할 겁니다.” 인혜는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 우철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간지럽다.” 우철은 조그만 다리를 잡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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