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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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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이념과 성향이 판이한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한 지붕 아래서 숨쉬기 거북했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또한 현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그의 비판과 지적에도 귀담아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는 가장 유력한 경선후보였던 그가 대선 직전에 당을 등지는 것은 또 한번의 경선 불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창당 멤버이자 재작년 총선을 진두 지휘하기도 했던 그 역시 민주당의 대주주였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와 변명으로 덮고 싸매도 경선 불복이라는 실체를 가릴 수는 없다. 그는 최소한 대선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지켜보면서 기다렸어야 했다.
1997년의 경선 불복이 그 이전의 정치 이력을 부인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 경선 불복은 지난 5년간의 정치 이력을 부인한 것이다. 두 차례나 거듭 자기 자신을 부인하면서 이제 그의 정치적 자산은 갈급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쓸쓸히 혼자서 탈당 회견을 한 것이 그런 처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역설적이지만 우리의 우려는 이에 기인한다. 외로운 그에게 남아 있는 카드란 게 몇 장 안되기 때문이다. 즉 그가 정치적 파산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대선 후에 지역연고를 바탕으로 3김시대와 같은 지역 할거를 꾀하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대권의 꿈을 접은 그가 정치적 연명을 위해 다시 지역 맹주를 꿈꾼다면 그는 경선 불복 이상의 과오를 범하게 된다. 그가 만약 그런 길을 간다면 자신의 정치적 수명만 더 단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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