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박승일 前모비스 코치 눈물겨운 루게릭병 투병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7시 55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겁니다.”박승일씨가 어머니 손복순씨(62)의 도움으로 스테레칭을 하고 있다. 박씨의 팔과 다리는 이미 마비증세가 시작됐다. 전영한기자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겁니다.”박승일씨가 어머니 손복순씨(62)의 도움으로 스테레칭을 하고 있다. 박씨의 팔과 다리는 이미 마비증세가 시작됐다. 전영한기자
‘당신이 갖고 있는 강한 정신을 알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강한 정신과 휼륭한 마음으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당신과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루 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전 프로농구 모비스 오토몬스 코치 박승일씨(31).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박씨는 최근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바로 미국프로야구에서 활약중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동안 만난 일은 없었지만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루 게릭을 존경하던 박찬호가 그와 같은 병으로 투병중인 박씨를 돕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

박찬호는 박씨와 3차례 통화하며 12월 귀국하면 박씨를 비롯해 루 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프로농구 최연소 코치로 화제를 모았던 박씨가 자신이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이 파괴돼 2∼5년내에 사망하는 루 게릭병에 걸린 사실을 안 것은 올 7월. 박씨는 그러나 오래 절망하지 않았다. 에이즈도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는 마당에 세계적으로 인구 10만명당 1명씩 발병하는 루 게릭병 치료법이 없다는 것은 사회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병과 싸워 나가기로 한 것.

박씨는 그 길로 ‘한국ALS협회’와 각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활발하게 글을 올렸고 최근에는 한 열성팬의 도움으로 자신의 홈페이지(cafe.daum.net/alswithpark)를 개설, 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박씨가 홈페이지를 통해 병의 진행상황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 희귀병 등록은 물론 국민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현실 등을 알리자 반향은 컸다. 당장 전 소속팀인 모비스 동료들이 2002∼2003시즌부터 3점슛과 리바운드 1개에 1만원씩을 모아 주기로 했고 연세대 동기인 김재훈(LG 세이커스)은 리바운드마다, 후배인 김훈(SBS 스타즈)도 3점슛마다 1만원씩을 적립해 루게릭병 환자 요양소 건립기금에 보태기로 했다.

발병이후 박씨의 상태는 악화일로다. 두달전부터 왼팔이 거의 마비되고 오른팔도 마비증세가 시작돼 혼자서 식사조차 하기 힘든 상태. 그러나 아직 치료약이 없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만 투약중이다.

박씨는 “루 게릭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사회의 관심뿐이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환자들의 생명도 연장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바로잡습니다]

모비스 농구단과 동료 선수들이 모금한 기금은 박승일씨의 치료비가 아니라 한국ALS협회가 추진중인 ‘루 게릭병 환자 요양소 건립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