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제대로 보기]선물환등 파생상품은 '헤지 예방주사'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42분


주가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으나 기업활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시가 많다. 요즘 심심찮게 올라오는 ‘파생상품 미결제약정 잔액 발생 및 변동’ 공시도 그중 하나다.

LG전자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파생상품 투자금액이 25일 228억여원어치 늘어났다. 포워드와 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을 새로 사거나 팔았기 때문이다.

포워드와 옵션은 지금 정한 가격으로 몇 달 뒤에 특정상품을 사고 팔 것을 약속하는 거래. 고랭지 배추를 ‘밭떼기’하듯이 미국 달러화나 석유 같은 상품을 미리 사고 파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 기업은 대개 달러화를 밭떼기하는 ‘선물환 거래’를 많이 한다.

선물환 거래는 왜 할까. 달러화의 가치가 갑자기 크게 변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지금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인데 1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수출대금은 3개월 뒤에 받는다고 하자. 지금 결제가 이뤄지면 12억원을 받지만 3개월 뒤 환율이 1150원으로 떨어진다면 11억5000만원밖에 받지 못 한다. 앉은자리에서 5000만원을 손해 보는 셈. 이 경우 ‘3개월 뒤에 1달러를 1200원에 팔겠다’는 취지로 ‘달러 선물 매도’를 해놓으면 3개월 뒤에 받는 100만달러를 팔아 12억원을 고스란히 손에 넣을 수 있다. 수출기업은 선물환 매도가 많고 수입기업은 선물환 매수가 많다.

달러 결제가 많은 수출업체나 조선, 석유화학, 항공 업종의 기업들이 이런 거래를 많이 한다. 수출과 수입 규모가 비슷한 업체는 선물환거래를 안 하고 버티기도 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수출대금이 감소하지만 원화 수입대금 역시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덩치가 크고 수출만 하면서도 ‘헤지를 걸어놓지’ 않는 기업도 더러 있다. 이런 업체는 환율이 급락 또는 급등하면 큰 손실을 입는다. 또 파생상품시장에서 투기적인 거래를 일삼다가 수백억∼수천억원을 날리는 기업도 간혹 나온다.

▼LG전자 파생상품 미결제 약정 잔액변동▼

①거래 대상물:파생상품거래

②직전 신고한 미결제약정잔액(매입금액+매도금액):183,123,208,088원

③변동금액(매입금액+매도금액):22,867,633,571원

④변동비율:자산총액 대비 0.22%, 직전 신고한 미결제약정잔액 대비 12.49%

⑤변동사유:포워드 및 옵션 등 신규계약 체결

⑥변동일:2002년 11월25일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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