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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5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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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KCC의 꼴찌 탈출. 3쿼터까지 코트앞에 서서 선수들을 독려하던 SK빅스 유재학 감독은 4쿼터 들어 패색이 짙어지자 벤치에 앉아 버렸다. 같은 시간 KCC 신선우 감독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감독들은 박빙의 경기가 계속될 때 목이 마르고 입술이 하얗게 타들어가도 물 한모금 마실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러다가 승리가 눈앞에 보일 때야 음료수병에 손이 간다.
2승12패. SK 빅스의 부진은 객관적인 전력의 약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경은의 부진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아시아경기 기간중 유 감독과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유감독, 경은이가 너무 오버페이스하고 있는 것 아냐?”
“그러게요, 몸도 안 좋은데 걱정이예요.”
문경은은 아시아경기에서 아시아 최고 슈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유 감독은 당시 제자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뭔가 불안했다고 한다. 컨디션의 최고점이 너무 일찍 찾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였다. 감독이 원하는 것은 선수들이 시즌에 맞춰 상승 곡선을 이어 가는 것.
하기야 문경은인들 다른 도리가 있었겠는가. 필리핀 중국을 꺾고 우승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그는 대회 기간중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체력소모가 유난히 많았다. 그 후유증인지 지금도 허리와 다리가 완전치 못하다.
유감독은 생각 같아선 그를 1∼2주 쉬게하고 싶다. 하지만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게 문제. 이래저래 승리에 기여 못하는 문경은이나 무리하게 출전시키는 유 감독이나 서로에게 미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게다.
“미안해요, 감독님” “괜찮아, 경은아”
아마 이것이 이들의 속 마음 아닐까.
한선교/방송인 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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