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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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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사이에는 순수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는 그렇지 않다. 개는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가지는 것이다. 그 뿐, 다른 것은 없다.’
인간과 개 사이는 순전한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가능하다. 프랑스의 문호 로제 그르니에의 애정어린 눈 속에서 개는 심미적인 관찰 대상으로 다뤄진다. 여러 개를 통해 문필가들의 작품 세계를 철학적으로 논하는 그르니에의 독특한 방식에는 비옥한 문학사적 배경이 바탕에 깔려 있다. 루소 세르반테스 보들레르 릴케 사르트르 등을 언급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 속에서 인간세계를 살펴본다.
‘율리시즈’는 그르니에의 애완견. 호머의 신화 속에서, 복수심 강한 포세이돈이 사납게 달려들어도 끄덕도 않던 율리시즈를 눈물 짓게 한 것은 오직 그의 늙은 개였다. 여기에 착안한 그르니에가 자신의 개에 율리시즈라는 이름을 붙인것.
그르니에가 소개하는, 이웃이자 소설가인 로맹 가리의 일화. 율리시즈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전하자 가리는 격렬한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 집 처마 밑으로 숨었다. 율리시즈가 떠나고 오래지 않아 가리도 죽었다. 그르니에는 말한다. ‘우리 셋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니, 한데 결부시켜서 말해서 안 될 까닭은 없지 않은가?’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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